심우연. [스포츠동아 DB]
“서울의 심우연은 죽었다는 의미였어요.”
코멘트 그대로 이젠 ‘전북 맨’이었다. 프로 5년차 심우연(25)이 이적의 설움을 딛고 큰 일을 저질렀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3라운드의 주인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서 전북으로 트레이드된 심우연이었다.
0-0 팽팽한 균형이 깨진 시각은 종료 3분여를 남긴 시점. 후반 25분 로브렉을 대신해 필드에 투입된 심우연은 최태욱이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낮은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87분 간 뚫리지 않던 김용대의 방패를 깨고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모두가 의아해 한 궁금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야 풀렸다.
“서울에서의 전(심우연) 죽었다는 의미였는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서울의 산하 축구부인 동북중과 동북고를 거친 심우연은 2006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서울에 입단하며 프로에 발을 들였으나 2008년부터 작년까지 플레이를 거의 볼 수 없었다. 2년 간 2차례 출전해 공격 포인트 없이 2번 슛을 기록한 게 활약의 전부였다.
2군이 오히려 익숙했다.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던 심우연은 김승용과 함께 트레이드 됐다. 상대 선수는 이현승-하대성이었다.
“꼭 골을 넣고 싶었고요. 서울에서 뛸 때도, 못 뛸 때도 있었지만… 이번 골은 서울전이라 더욱 의미가 컸죠.”
떨리는 목소리 속 소감은 심우연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무조건 문전으로 파고들라는 것 외에 딱히 주문을 하진 않았다던 전북 최강희 감독은 심우연이 일을 저지르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믿음이 승리를 안긴 셈이다. 더불어 교체카드도 대성공했다. “(심우연은)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모두 잘 준비가 돼 있었다. 사실 초반 카드로도 생각했다. (심)우연이와 (최)태욱이를 후반 교체 투입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심우연은 아직 ‘미완의 대기’일 뿐이다. 5시즌 동안 국내 무대에서 뛴 것은 이번이 고작 27번째다. 프로 통산 5호 골. 아픈 기억을 권총 세리모니 한 방으로 해결한 심우연의 본격적인 전진은 이제 시작됐다.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