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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안전진단 통과에도 움츠린 ‘은마’ 왜

입력 | 2010-03-15 03:00:00


‘은마아파트’에 봄이 왔다. 설비배관은 낡아서 녹물이 나오고 주차장은 매일 전쟁터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새 집을 짓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강남 주민들은 청실, 국제, 우성, 선경, 미도 등 25년 넘은 낡은 아파트만 가득한 대치동에 대규모의 새 아파트가 들어올 수 있다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말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개발기본계획안이 심의를 통과할 때와 달리 시장은 조용하다. 작년과 같은 시장 반응을 기대했던 입주민들은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31년 된 은마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 시장 반응은 썰렁하네요. 왜 그렇죠?” 필자가 많이 받은 질문이다.

춘래불사춘, 부동산시장은 아직 한겨울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소득 대비 높은 매매가 등이 어우러져 블루칩으로 통하는 재건축 시장도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시장 상황은 어려운데 2월 11일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 수도권 신규 주택 시장과 미분양 시장의 거래가 끊기면서 서울도 동반 침체를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이후 서서히 줄어든 수도권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2만 채를 밑돌아 지난달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하반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팔리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건설사 위기설, 부도설 같은 각종 루머는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지금 건설사들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DTI 규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남아있는 종합부동산세는 1년 동안 시행된 양도세 감면 혜택에도 투자자들에게 주택 추가 구입의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언제든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재료도 있다. 5월경 은마아파트 기본계획이 나오면 재건축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신축 단지 가구 수나 단지 안 기반시설이 대략 나오고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들어올 수도 있다. 14층짜리 기존 아파트가 5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로 설계될 수도 있다. 조합원의 입주 가능 평형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6월쯤에는 은마만큼 관심이 높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안전진단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는 때는 정해져 있지 않다. 사업지 용적률이 상승할 때, 기본계획이 나오거나 가구 수가 결정돼 새 단지의 윤곽이 나올 때,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마쳤을 때, 가구별 분담금액이 정해졌을 때 등 다양한 시점에 반응한다. 올해 초 잠실주공 5단지는 안전진단 신청만으로도 가격이 뛰었다.

은마아파트의 기본계획과 향후 사업 일정이 나와도 시장이 냉랭하다면 부동산시장은 장기 침체로 갈 확률이 높다. 정부가 세심하게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면 건설·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차치하고 실수요자가 쉽게 사고 쉽게 팔 수 있는 활발하고 건강한 시장이 조성되는 것이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