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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만 경제성장, 유로존에 무슨 도움”

입력 | 2010-03-16 03:00:00

佛, ‘경제 불균형’ 발언 자제 금기 깨며 대놓고 獨 비판




프랑스가 독보적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경제 현안을 둘러싸고 신중히 협력해온 유럽의 두 경제 강국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이견을 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정장관은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한 독일 경제의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독일은 최근 10년간 엄청난 경제성과를 올렸지만 그 이익이 (유로존 이웃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됐느냐”며 “임금을 낮춰 이뤄낸 경제성장 모델이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탱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추는 것”이며 “우리는 같은 운명을 가진 파트너로서 좀 더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이 내수를 진작시키고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라가르드 장관은 주장했다. 그는 “경제 불균형 문제가 매우 민감한 이슈인 것을 알고 있다”며 “독일 재무장관과 거의 매일 접촉하면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제안한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에 대해서도 “3, 4년 혹은 5년 이상 걸릴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정부재정 규제 및 감독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유로존 국가들 내에 존재해온 경제 불균형 문제에 대해 쉬쉬해온 지금까지의 금기를 깬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로존 국가에서는 재정위기에 놓인 그리스 지원의 부담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누적돼 왔던 불만들이 표출되고 있다. 방만한 연금 운용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그리스에 대한 불만은 독일처럼 경제 성적표가 좋은 나라에까지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5,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세부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