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 이틀째 계속… 병영에 수류탄 날아들기도 “하루 90만달러 시위비용 탁신 전 총리가 거의 부담”
○ 총리 임시 근무처인 육군기지 앞 대치
이날 오전 9시경 방콕 중심가 사남루앙 광장과 라차담는 거리에 천막을 치고 모여 있던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일명 레드셔츠)’ 회원 수만 명이 방콕 북부 방켄 지역의 제11보병연대 기지로 향했다. 비상상황실로 쓰이는 이 기지에는 아피싯 총리와 각료들이 13일부터 임시로 머물고 있다. 섭씨 38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들의 빨간 셔츠는 곧 땀으로 흠씬 젖었다. 오토바이와 소형 트럭에 몸을 실은 선두는 빨간 깃발을 흔들고 경적을 울리면서 기지로 출발했다.
시위대 본진 수만 명이 광장 인근 판파다리를 건널 무렵인 오전 10시, 아피싯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현 의회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민주적으로 구성됐다”며 “의회 해산 문제는 시위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할 사안”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 각료들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기지를 떠났다.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되자 시위대는 병영 앞 시위를 정리하면서 의회 해산을 거듭 요구하며 16일 오후 6시까지로 세 번째 데드라인을 정했다. 레드셔츠 지도자 누타웃 사이꾸아 씨는 “10만 명의 시위참가자에게서 혈액 100만 cc를 제공받아 데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으면 정부종합청사 앞에 뿌리겠다”며 “이후 또 데드라인을 설정해 지켜지지 않으면 매일 피 100만 cc씩을 모아 집권 민주당사와 총리관저 앞에 뿌리겠다”고 경고했다. 태국 적십자사 관계자는 “무더위와 피로에 지친 사람들의 피를 뽑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충돌 자제 와중 수류탄 폭발 사고
태국 정부는 이날 병영 주변에 3500명의 군경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지만 현장에서 대립하는 양측의 긴장감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병영 정문에는 장교 2명만 나와 시위대를 지켜봤을 뿐, 대부분 병력은 병영 안 울타리에서 1.5m 간격으로 서서 경계태세를 취했다. 이들은 무장은 했지만 최루탄 발사기 이외의 총기류는 소지하지 않았다. 전날 태국 정부는 시위대를 무력 진압할 의도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 1시 반경 방콕 시내에 위치한 제1보병연대 1대대 앞에서 일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탄 남성들이 유탄발사기로 M-79 수류탄 6발을 기지 안으로 쏴 이 중 4발이 터져 경비병 2명이 다쳤다고 태국 육군은 밝혔다. AFP통신은 시위 최초의 폭력사태라고 전했다. 이 사건이 시위대와 관련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태국 경찰은 이날 용의자 중 1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탁신 전 총리는 그동안 머물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떠나 몬테네그로에 체류한다는 소식이 있어 태국 외교부가 이를 확인 중이라고 더 네이션 등 태국 언론이 전했다. 탁신 전 총리는 14일 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시위대에 “평화적인 투쟁을 계속해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회에 들어가는 음식과 교통비용을 상당 부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하루 9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방콕=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