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유기까지 8~10시간 치밀하게 범행흔적 감추기“만취” 주장 신빙성 떨어져…경찰, 오늘 현장검증 실시
조사실로 들어가는 김길태 부산 사상경찰서 3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길태 씨가 15일 오후 잠시 조사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조사에서 성폭행과 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 사진 더 보기
○ 사건 당일, 목격자는 봤다.
자백, 직접 증거 외에 시신 유기 현장을 직접 보았거나 김 씨가 유기한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 인근에서 이를 지켜본 김 씨를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목격자가 나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 발견 다음 날인 7일 새벽, 이 양 살해 장소(무당집) 마당에 있던 김 씨를 봤다는 시민도 있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사는 B 양(18)은 “지저분한 긴 머리에 회색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입은 30대 남자를 10분간 지켜보던 중 집 옆에 경찰이 순찰을 하자 숨는 모습을 보고 김 씨로 확신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B 양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더는 김 씨를 추격하지 못했다.
○ 김 씨 소주 주량 밝히는 게 관건
김 씨는 사건 당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소주 4, 5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평소 주량(소주 1병)보다 많이 마셨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와 교도소 동료였던 C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 김 씨가 3병까지 마셨지만 특별한 주사는 없었다. 주량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주장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시신 유기 과정 또한 술에 취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어려움만큼 치밀했다. 그는 “일어나 보니 이 양이 숨져 있어 옆집에 물탱크가 보여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버린 게 아니라 시멘트 가루에 물을 붓고 타일까지 동원했다. “술에 취했다”는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경찰은 “사건 당시 김 씨가 술을 구입한 곳과 주량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행동 기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술에 취한 나머지 ‘심신미약’ 상태에서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범죄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는 가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의적인 ‘강간살인’이면 무기징역에서 최고 사형을 받을 수 있지만 우발적인 강간치사면 10년 이상 유기나 무기징역형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김 씨는 “술에 취해 이 양을 납치해 살해 장소로 끌고 간 기억은 없다”며 납치와 감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두 혐의를 인정하면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였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영상=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무속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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