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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비판하던 한나라 “반대 고수땐 표 떨어져” 곤혹

입력 | 2010-03-16 03:00:00


선거판 ‘공짜심리’ 위력
민주당 감성적 홍보전에 ‘부자급식’ 한나라 논리 묻혀…與후보들 ‘울며 겨자먹기’


야권서도 우려 목소리
“어려운 학생을 도와야지… ”민주 김성순 반대 소신
…유시민 “예산확보 어렵다”

78일 남은 6·2지방선거에서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문제가 여야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최대의 전국적 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이 올해 초부터 전략적 차원에서 지방선거 공약으로 채택한 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이슈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표를 생각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 지도부도 ‘점진적 확대’의 콘텐츠를 채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

○ 야당, 무상급식 이슈화에 총력

무상급식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연일 이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5일 무상급식을 하는 경기 과천 관문초등학교를 방문해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직접 배식을 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낸 이종걸 김진표 의원도 함께했다. 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단체장으로 당선되는 지역에서부터 우선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목포에서는 이날 전국 처음으로 주민 발의로 학교 무상급식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민주당은 정 대표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간 TV 토론 제안 등으로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 등 4개 야당도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 흔들리는 한나라당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지난달 18일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확정하자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하며 거리를 둬왔으나 ‘의무교육=무상급식’이라는 논리와 ‘공짜’에 솔깃하는 대중심리의 ‘위세’에 밀려 한 발씩 무상급식 논쟁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무차별적인 무상급식보다는 서민이나 중산층 자녀들의 교육여건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친서민정책”이라는 방침을 견지했다. 그러나 후보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반대, 민주당은 무상급식 찬성’으로 선거 ‘프레임’이 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달 7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의무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당내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찬-반’ 프레임을 ‘서민무상급식 대(對) 부자무상급식’ 구도로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서울시 등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식아동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 5만, 6만 원의 급식비를 충분히 낼 수 있는 학생들의 급식까지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은 교육재정 투자 우선순위를 도외시한 ‘부자급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논리적 설명은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퍼부으면서…”라는 야당의 감성적 구호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실정이다.

○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

무상급식 논란은 이미 전국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대부분 ‘점진적인 무상급식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무상급식 논쟁의 진원지인 경기도는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에 야권 지사 후보들이 일제히 동조하고 나섰다.

인천시장 야권 후보들도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유력 유보인 안상수 인천시장은 무상급식의 점진적 실시에 찬성하면서도 예산 문제로 시행시기를 못 박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교육감 후보들은 진보 보수 구분 없이 대부분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다.

○ 야권에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

이런 정치권의 분위기에 대해서 야권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출사표를 낸 김성순 의원은 “어려운 학생을 돕자면서 결국 여유 있는 학생까지 지원하는 것은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며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예산으로 학교 교육 시설을 강화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참여당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중학교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은 예산 구조조정에 시간이 걸려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같은 온건론은 “유 전 장관이 국민의 90% 가까이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는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안 그래도 한나라당이 색깔론까지 덧붙이며 예산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지금, 유 전 장관이 왜 한나라당의 입장에 편승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의 비난에 봉착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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