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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재즈-클래식-팝-스윙 넘나든, 봄밤의 ‘칵테일 선율’

입력 | 2010-03-16 03:00:00

美 12인조 밴드 ‘핑크마티니’ 내한 공연
연주★★★☆ 흡인력★★★




 핑크마티니의 첫 내한공연에서 보컬 차이나 포브스는 섹시하고 산뜻한 음색을 들려줬다. 사진 제공 프라이빗커브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빅밴드 무대를 국내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봄바람이 부는 주말 저녁이라면 더욱 반갑다. 13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홀 무대에 오른 미국의 12인조 재즈 밴드 핑크마티니는 상큼한 봄 손님이었다.

풍만한 가슴을 강조한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보컬 차이나 포브스는 첫 곡 ‘레츠 네버 스톱 폴링 인 러브’로 막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모습이 관객들을 설레게 했다.

리더인 토머스 로더데일(피아노)은 2시간 내내 쪽지를 보며 서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친절하게 곡을 소개했다. 이날 핑크마티니는 히트곡 ‘행 온 리틀 토마토’ ‘헤이 유진’을 비롯해 최근 발매된 4집 수록곡 ‘스플렌더 인 더 그래스’ ‘오버 더 밸리’ 등 20여 곡을 들려줬다.

1994년 결성된 핑크마티니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드럼, 퍼커션, 트럼펫, 트롬본 등 다양한 악기를 구사하면서 재즈와 클래식, 팝, 삼바, 스윙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밴드다. 가사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으로 이채롭다.

보컬 티머시 니시모토는 2집 수록곡 ‘안나’의 일부 가사를 한국어로 바꿔 부르는 깜짝쇼도 선보였다. 어설픈 한국어로 “나와 함께 춤춰 봐요… 나는 너무 행복해”라며 노래하는 모습에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폴리에서의 하룻밤을 뜻하는 곡 ‘우나 노테 아 나폴리(Una Notte A Napoli)’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포브스의 끈적거리는 보컬이 어우러져 짭짜래한 밤바다 냄새가 나는 듯했다. 엔카 분위기의 ‘타야 탄(Taya Tan)’은 서양인 여성 보컬이 일본어로 노래하는 모습만으로도 이색적이었다. 포브스의 애잔한 목소리에 슬픈 바이올린까지 더해져 애수를 자아냈다.

그러나 핑크마티니의 음악을 귀로만 듣고서 ‘불룩한 배에 넉살 좋은 남미 아저씨들이 연주하는 밴드’로 오해한 팬들에겐 이날 무대는 다소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피아노와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병풍처럼 자리해 연주만 했다. 재즈 밴드에게 기대할 만한 즉흥 연주가 부족한 점도 아쉬웠다. 관객의 흥을 자연스럽게 돋우지 못한 점도 핑크마티니의 숙제가 될 것 같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