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4월 8일부터 102편 상영
① ‘아이들’과 ‘엄마들’의 두 챕터로 구성된 ‘블레스드’. ② 영화와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탱고 싱어’. ③ 여성 할례의 악습에 투쟁하는 삶을 그린 ‘데저트 플라워’. ④ 시각적 즐거움과 사유의 즐거움을 함께 주는 ‘백인의 것’. ⑤ 시대를 앞서간 중세 여성 힐데가르트를 영화화한 ‘비전’. 사진 제공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블레스드(애나 코키노스 감독·제작국 호주)
7명의 아이가 도시를 배회하다 위험한 길로 빠져든다. 한 생명이 사라지고 아이의 어머니는 비명을 지른다. 관객들은 똑같은 여정을 어머니 다섯 명의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된다. 어머니 역시 아이만큼이나 길 잃고 방황하는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남자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끈끈한 애정을 가지면서도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중적 심리를 묘사했다.
○ 탱고 싱어(디에고 마르티네스 비냐티·벨기에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
남성 감독이 그린 여성 탱고 가수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실연을 당한 탱고 가수 헬레나. 사랑을 위해 노래하던 그에게 이별은 세상의 끝과 같다. 하지만 낯선 나라로 건너가 새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탱고를 좋아하고 남미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음악 팬이면 볼 만하다.
○ 데저트 플라워(셰리 호만·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소말리아 출신의 모델 와리스 디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와리스는 13세 되던 해 아버지가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자 도망친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모델로 데뷔한다. 그는 자신이 할례의 피해자임을 밝히고 이 악습에 투쟁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남녀의 시각을 떠나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다뤘다.
○ 백인의 것(클레르 드니·프랑스)
마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백인 여성. 아버지와 전남편 앙드레, 아들에 이르는 삼대의 생계를 지탱해 온 농장이 마리아의 자존심 탓에 위협받게 된다. 앙드레는 마리아 몰래 가족들을 프랑스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농장은 반란군 장교의 은신처가 되어간다. 현재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감독의 작품.
○ 비전(마가레테 폰 트로타·독일)
음악, 과학, 의학, 문학, 철학 등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였던 중세 힐데가르트 수녀를 소재로 한 전기. 독일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8세 때 베네딕트 수도원에 맡겨지고 멘터인 유타로부터 배운다. 유타가 죽은 뒤 힐데가르트는 유타의 몸에 남겨진 상처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아 수도회의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성별을 떠나 선구자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