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준결승 1국 2보(21∼44) 덤 6집 반 각 3시간
동갑내기이자 서로 친한 두 기사의 대결에선 기세 싸움이 더 중요하다. 초반 기선을 제압하면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공격적 수법에 물러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백 22로 젖혀간 건 역시 기선제압용이다. 그냥 느는 것은 싱겁다고 본 것.
흑 23도 같은 의미다. 물러서도 되지만 끊어간다. 한 수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이다. 백은 당장 흑 한 점을 잡거나 포위하기 힘들기 때문에 백 24로 사전공작을 펼친다.
흑 29도 강수. 끊을 곳만 보이면 가만 놔두지 않는다. 두 기사 모두 장고형 기사.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초반부터 물 쓰듯 시간을 쓰고 있다.
흑 39는 둔탁해 보이지만 놓칠 수 없는 급소. 이 자리를 차지해야 내 근거를 마련하고 상대의 근거를 빼앗을 수 있다.
백 40도 흑 39만큼이나 둔탁하지만 역시 좋은 수. 이렇게 공배를 메워야 흑을 압박할 수 있다.
참고도 흑 1은 두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곳. 하지만 득이 없다. 백 2로 받고 백 6까지 두면 뒷날 ‘가’로 젖히는 끝내기 맥이 남아 있어 백이 즐거운 모습이다. 백 44가 좋은 감각. 아직은 두 기사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