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의 체계적인 기술과 관리 방법을 보면 우리나라의 기록관리는 매우 현명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공공기록관리법의 제정과 개정 및 시행에 따라 전문직을 기록관리 업무에 배치하고, 무단으로 기록이 폐기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 업무가 끝난 후에 중요 문서가 직원의 서랍이나 부서의 캐비닛에서 발견되는 일이 많다. 기업도 재정 관련 문서, 보고서, 도면 등 기록관리를 체계화하면 지식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작년에 한 포럼에서 뉴질랜드 국가기록원의 한 연구원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기록관리를 꽤 잘하는 뉴질랜드에서도 2008년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3%가 더는 읽을 수 없는 전자기록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속성상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지 않는 기록은 신빙성을 판단할 수 없고 또 후일에 읽을 수도 없다.
그러나 미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발주 시 매우 엄격한 문서 및 기록관리를 기본적으로 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기록관리를 모니터한다. 게다가 미국의 몇 가지 법안은 기업의 재정 관련 기록은 물론 e메일과 메신저 기록까지도 수정되지 않은 상태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법정에서 요구할 때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므로 이런 규제 및 법령은 그 나라에서 운영되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기업은 기록 생산 및 관리와 관련한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 번 잃어버린 기록은 되찾거나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쁜 관행이 여기에도 적용되면 안 된다. 미리미리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기업이 길게 보아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해영 명지대 교수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