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가 지구상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인물 넬슨 만델라. 그는 2010년 월드컵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민주 대통령이자 영웅이다. 흑인에게는 영웅이고 아버지이다.
네덜란드계의 백인(Afrikaaner)에게도 만델라는 의심할 여지없는 영웅이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지도자”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어떻게 30년을 옥살이한 정치범이 흑인, 백인 두 부류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로 물들었던 남아공에 평화를 가져왔는지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남아공의 럭비역사는 1995년부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가능케 했던 만델라는 감옥에서의 30년간 백인들의 언어를 숙지하며 그들을 공부했다. 왕년에 복싱을 했던 그는 스포츠의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민주화 이후 겁에 질린 백인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의 스포츠인 럭비를 포용했다. 흑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델라는 럭비와 그들의 정치적인 안위까지 허락한 것이다.
‘스프링복(Springbok)-남아프리카산 작은 영양’이라는 남아공럭비대표팀의 애칭을 모두의 가슴에 새기게 했다. 사실 초록색 유니폼과 스프링복이란 애칭은 백인들의 우월감이자 한편으로는 흑인들 억압의 상징이었다. 이는 곧 흑인들이 만델라에게 미묘한 감정을 갖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영화와 현실
아프리카 경제의 핵인 남아공은 비즈니스적인 곳이다. 월드컵과는 조금 동 떨어진 분위기다. 일간지들의 1면은 월드컵보다는 금값과 환율로 가득하고 아직까지도 이슈인 인종 화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아공월드컵은 축구 그 자체의 열기보다는 경제발전에 큰 기대로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백인이 외면하는 월드컵이 성공할까
월드컵이란 전 세계인의 축제이고 이러한 점에서 개최국인 남아공은 온 국민이 진심으로 참여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없는 이미지이기에 대중교통, 치안과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점이 될 수 있다. 개최국 국민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 축제라면 당연히 결과는 불 보듯 뻔 하다. 다수 흑인들의 광적인 축구 열기가 소수 백인들의 외면을 이겨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외 매체들의 고발은 피하기 힘들 것이고 이는 남아공이 가장 기대하는 경제적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남아공의 백인 시민권자들은 축구와 나아가 월드컵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프리토리아(남아공) | 박요셉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