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공사 현장을 가다세계가 놀랄 완벽시공 자신… 국민염려=기우 보여줄 것
핵심 공사인 두 종류의 동굴(운영동굴과 건설동굴)은 경사 10도가량으로 땅속을 향해 900m 정도 들어간 상태였다. 운영동굴은 방사성 폐기물 운반차량 전용터널이고 건설동굴은 공사 및 보수 때 사용하는 터널이다. 암반을 뚫는 작업이 쉽지 않아 26명이 교대로 24시간 굴착을 하는데도 하루 3m가량만 나아가고 있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전성근 현장소장(53·상무)은 “7월경이면 사일로 공사 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암반 상태가 고르지 못하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정된 2012년 말까지는 공사를 마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공사와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직원들의 걱정은 공사 자체의 어려움이 아니라 방폐장을 불안스럽게 여기는 ‘바깥’의 시선이었다. 당초 올해 6월 완공 예정이던 1단계 공사가 암반 사정으로 30개월가량 연기되면서 “불완전한 공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월 신문 등에 보도된 안정성 검증 조사단 중간조사결과에서 방폐장 부지 선정및 시공가능성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공사 현장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월성관리센터 홍광표 본부장(57)은 “건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직원들의 사기”라며 완벽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박규완 공사운영팀장(55)은 지난해 8월 현장 근무를 시작하면서 가족과 함께 이사해 경주 시민이 됐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분야에서 30년가량 일한 박 팀장은 “어렵사리 조금씩 땅속으로 터널이 열리는 것을 보면 가시덤불을 뚫고 길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사일로에 다가갈수록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빈틈없이 작업을 해나갈 각오”라고 말했다. 동굴을 뚫는 과정에서 생기는 흙이나 바위조각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양수민 씨(27·여)는 자부심이 꽤 강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5월 입사한 그는 “중요한 국책사업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하면서 방폐장에 관한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방폐장을 잘 지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20대의 패기로 내 몫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방폐장 조성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양북면을 비롯해 양남면과 감포읍 등 3개 읍면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이 지역은 토함산을 끼고 감은사지와 기림사, 불국사 등이 있는 동해 남부의 주요 관광지. 특히 대왕암으로 상징되는 ‘호국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정상준 양북면장(55)은 “이제 우리나라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므로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잘 추진되도록 상생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원자력발전은 가장 친환경적 에너지이므로 원전과 방폐장이 지역과 나라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