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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게임, 지킬이냐 하이드냐

입력 | 2010-03-17 03:00:00

400만명이 매월 꼬박꼬박 돈 내고 즐겨
최고의 문화 수출 상품이지만 중독성 커





한국 사회에서 온라인게임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양면적인 존재다. 올해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해외로 처음 수출된 지 만 10년이 되는 해.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역시 2000년 8월 대만으로 처음 수출됐다. 10년 동안 한국 게임산업도 함께 성장해 2008년에는 수출액이 11억 달러(약 1조2650억 원)에 달했다. 한국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55%를 차지한다.

하지만 ‘외화 획득’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때와는 달리 최근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쉬쉬하고 넘어갈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게임에 빠져 아이를 굶겨 죽인 부부와 게임중독으로 부모를 살해하려 든 사람 등이 충격을 주면서 게임의 중독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게임을 중독성 약물처럼 보는 시각은 과연 게임 수출 실적이 자랑스러워 할 일인지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게임은 한국사회에서 30대 이하 세대에게는 ‘일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10대의 70% 이상, 20대의 50% 이상이 지금도 정기적으로 게임을 즐긴다. 30대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3분의 1을 넘는다. 반면 40대 이상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은 세대로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윗세대는 아랫세대의 게임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도 국내에서 400만 명이 매월 꼬박꼬박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긴다. 한 번이라도 온라인게임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게임에 대해 ‘수출상품’ 아니면 ‘중독성 약물’이라는 두 극단적인 눈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게임 사용자가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독특한 강점을 갖고 있다. 게임의 중독성은 극복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지만 순기능을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실체를 살펴보기 위해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인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와 한국의 첫 온라인게임 수출 현장으로 꼽히는 대만을 동행 취재했다.

이 교수는 자신도 2004년 한때 ‘게임중독’에 빠질 정도로 게임에 몰두했다가 그 경험을 통해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의 몇 안 되는 게임 전문가다. 그는 “게임은 사회적 순기능이 보호돼야 하는 우리 시대의 소중한 문화 형식”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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