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보험끊고 국민연금주먹구구 지출도 구조조정‘희망 플러스’에 한푼 두푼10명중 8명 “인생 전환점 돼”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복지관에서 최태원 CFP(오른쪽)가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인 임종임 씨에게 재무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날 최 씨는 희망플러스통장을 통해 목돈을 만들고 불필요한 보험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김재명 기자
Q=‘재테크’와 ‘재무컨설팅’의 차이는?
A=재테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 연구하는 수단. 재무컨설팅은 가계수입이 빠듯한 사람들이 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언.
많은 사람이 재테크와 재무컨설팅의 개념을 혼동한다. 서울시가 저소득가구 및 노숙인을 대상으로 금융재무컨설팅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던 이유다. 하지만 적은 소득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저소득층일수록 있는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재무 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필요 없는 보험 대신 국민연금 가입
상담을 진행한 컨설턴트들은 저소득 가계의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필요 없는 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고 뚜렷한 저축 목표가 없어 주먹구구식 지출이 많다는 것.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복지관에서 만난 임종임 씨(51·여) 씨도 그랬다. 안면장애가 있는 임 씨는 조건부 수급자로 홀로 아직 학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알코올의존증 증세가 심각했던 남편은 그에게 막대한 카드 빚만 남긴 채 노숙인이 돼 연락이 끊겼다. 이날 상담을 진행한 최태원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이미 장애가 있기 때문에 매달 10만 원 넘게 내고 있는 치명적 질병(CI) 대비 보험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보험을 해지하고 그 돈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임 씨는 그동안 아이들 보험료까지 합해서 소득 대비 22%의 돈을 보험에 넣고 있었다. 최 CFP는 “저소득가구 상담을 진행해보면 대부분 금융 정보가 부족한 데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도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험은 월소득의 3% 선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 재무 목표 달성으로 목돈 만들기
다음 순서는 컨설팅의 핵심인 재무목표 정하기였다.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노후자금 등 큼직큼직한 재무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정하는 단계다. 임 씨는 우선 3년 동안 희망플러스통장에 꾸준히 저축하기로 했다. 임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0만 원씩 꼬박꼬박 저금해왔다. 앞으로 2년 뒤면 본인이 모은 돈 360만 원에 시에서 지원해주는 추가 360만 원이 모여 720만 원이 넘는 목돈이 생긴다. 이 돈은 일본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큰딸에게 든든한 학비가 될 것이다. 최 CFP는 국민연금 가입도 거듭 당부했다. 최 CFP는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을수록 나중에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저소득가구일수록 꼭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여에 걸쳐 상담을 마친 임 씨는 “아이들이 커 갈수록 마음 한편으로 부담이 컸는데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