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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벨벳 같이 부드러운 꿈의 선율, 한국의 봄 수놓는다

입력 | 2010-03-18 03:00:00

샤를 뒤투아 지휘 美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4월 30일, 5월 1일 내한 공연




악단의 기능적 잠재력을 남김없이 이끌어내는 ‘오케스트라의 기능명장’ 샤를 뒤투아가 ‘벨벳 현’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뒤투아는 2008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취임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물 오른 재단사, 인정받는 옷감, 완숙한 디자인이 만나면 어떤 옷이 나올까. 풍성한 현(絃)의 울림으로 ‘꿈의 벨벳 사운드’라는 찬사를 받아온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4월 30일,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스위스 시계처럼 정밀한 설계로 악단의 기능을 100% 이끌어내는 스위스 출신 수석지휘자 샤를 뒤투아가 지휘봉을 든다. 관현악이 선사하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를 경험할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 벨벳 같은 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00년 창단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3대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1912∼1936년 재임) 시절부터 빛나는 현의 사운드로 찬사를 받았고 그의 뒤를 이은 유진 오먼디가 1980년까지 44년간이나 악단을 이끌면서 벨벳처럼 윤택한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구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케스트라들의 음색이 평준화된다는 평 속에서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만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알아챌 수 있는 특유의 휘황한 음색으로 명성을 유지했다.

1980년 이후 리카르도 무티, 볼프강 자발리슈,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차례로 지휘봉을 이어받으면서 이 악단은 빛나는 음색에 이탈리아적인 강렬함과 독일적인 심오함을 더했다.

○ 기능 명장 뒤투아

이번 공연은 2008년 이 악단 수석 지휘자로 취임한 샤를 뒤투아가 맡는다. 그는 1977∼2002년의 4반세기 동안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이 악단을 ‘기능적으로 세계 정상’ 수준에 올려놓았다. 데카 레이블로 출반된 100여 종의 음반은 다양한 악기들의 놀라운 일치감과 세련된 색채감을 자랑한다. 특히 라벨, 드뷔시, 생상스 등 프랑스 음악 연주에서 프랑스 본토 악단을 능가하는 명성을 구축했다.

뒤투아가 2002년 몬트리올 심포니를 사임한 이유도 특유의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소한 실수에도 신랄한 독설을 아끼지 않아 악단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 그러나 뒤투아는 관객들에게만큼은 따뜻한 매너를 선보이는 ‘젠틀맨’으로 알려졌다.

풍성한 현의 울림-화려한 음색
한치의 오차 없는 테크닉 명성

라벨-스트라빈스키 명곡 연주
차이콥스키 협주곡도 선보여


○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색채감

이번 연주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필라델피아-뒤투아라는 ‘명품 테크닉의 조합’을 아쉬움 없이 자랑할 수 있는 명곡들. 30일에는 프랑스 특유의 색채감이 넘치는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과 라벨 ‘라 발스’, 색채감에서 프랑스 작품들에 뒤지지 않는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5월 1일에는 관현악의 기능성을 극한까지 몰고 간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작품 ‘불새’와 ‘봄의 제전’ 두 곡을 연주한다. ‘불새’는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2000’ 마지막 수록곡으로 쓰일 만큼 회화성이 짙은 작품으로 꼽힌다.

○ 놓쳐서는 안 될 신예, 슈타인바허

4월 30일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일본인 어머니를 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29)가 협연한다. 국제무대 데뷔 7년차에 불과하지만 그가 녹음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 2번 음반은 2006년 독일 레코드 비평가상과 이듬해 프랑스 르몽드 드 라 뮈지크 쇼크 상을 잇달아 받았다. 콘서트는 이틀 모두 오후 7시 반에 열린다. 4만∼20만 원. 02-399-1114∼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