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떠난 날, 무소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에도 널리 퍼져 있다는 내용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발표됐다. 유능한 젊은 두 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의 박홍수 박사, 프랑스 CEA천체물리연구소의 황호성 박사)과 필자가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 무소유 성단을 대규모로 발견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시간을 내서 밤하늘을 보자. 별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데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처녀자리가 잘 보인다. 우리 눈에는 별만 보이지만 별과 별 사이를 망원경으로 보면 먼 우주에는 많은 은하가 있다. 은하는 1000억 개의 별이 모인 거대한 항성계이다. 이 거대한 은하가 수천 개 모인 더욱 거대한 은하계가 있다. 그런 은하계를 은하단이라고 부른다. 인간을 별이라 한다면 도시는 은하에 해당하고 국가는 은하단과 비슷하다.
이번에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은하와 은하 사이를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니는 축구공 성단이 대거 발견됐다. 이 성단은 특정한 은하의 소유가 아니다. 무소유 성단이다. 이 방랑하는 성단이 퍼져 있는 영역은 은하가 차지하는 영역보다 훨씬 넓다. 즉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이는 우주공간에 방랑 성단이 널리 퍼져 있다.
축구공 성단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매우 어두운 별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망원경으로 찍은 영상자료에서 우리 은하에 있는 별과 멀리 있는 축구공 성단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성단을 찾는 일은 넓은 갈대밭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같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아무도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했다. 빅뱅 직후에 만들어진 작은 왜소 은하에서 이 방랑자 성단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들은 빅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왜소 은하는 소유욕이 강하지 못해 성단을 자유롭게 풀어줬다. 그리고 이런 성단이 오늘날 은하와 은하 사이를 방랑하고 있다. 방랑 성단의 정체는 아직 잘 모른다. 앞으로 자세히 연구하면 빅뱅 초기에 은하와 별이 태어나는 비밀의 과정을 밝힐 수 있다고 예상한다.
우주에서 눈에 쉽게 띄는 것은 소유욕이 강한 천체이다. 많은 별과 성단을 거느린 은하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는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무소유 성단이 방랑하고 있다. 무소유 성단도 사실은 거대한 은하단에 속해 있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