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통영에 봄이 익었다. 한산섬 앞바다 물고기들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새벽 서호시장은 떠들썩하다.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뛴다. 사람들은 기운이 넘쳐흐른다. 도다리 바다메기 생멸치 바닷장어 볼락 털게…. 아주머니들은 물고기가 담긴 고무함지를 펼쳐놓고 “싸요! 싸!”를 외쳐댄다. 그 옆에선 아저씨가 생선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뎅강뎅강 자른다. 봄나물 광주리엔 해쑥 냉이 달래가 가득하다.
시장들머리 허름한 원조시락국집(055-646-5973)에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 사투리. 바닷장어 뼈를 푹 곤 물에 시래기를 넣어 끓인다. 술꾼들 속 다스리는 데 으뜸이다. 45년여 동안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줬다. 영업시간은 오전 4시∼오후 6시.
도다리 탕! 탕! 잘라 넣고, 쌀뜨물에 된장 풀어 끓이면 끝이다. 쑥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은 뒤에 넣는다. 너무 일찍 넣으면 쑥이 풀어지고, 향이 사라진다. 색이 노랗게 되어 질겨진다. 봄 도다리는 살이 부드러워 뼈째 회를 쳐 먹는 새꼬시로 먹어야 제격이다. 통영에 와서 졸복국도 빼놓을 수 없다. 통영 앞바다에서 잡히는 졸복은 맛있기로 이름났다. 보통 도다리쑥국을 하는 식당에선 졸복국도 같이 한다.
분소식당(055-644-0495)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수정식당(055-644-0396) 한산섬식당(055-642-8021) 명실식당(055-645-2598) 동광식당(055-644-1112) 금미식당(055-643-2987) 호동식당(055-645-3138) 만성식당(055-645-2140).
충무김밥은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엄지손가락만 하다. 김밥 속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생김으로 밥만 만 것이다. 김도 참기름을 바르지 않는다. 맛이 심심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주꾸미무침(오징어무침)과 깍두기를 곁들여야 비로소 제맛이 난다. 강구안 문화마당 부근에 충무김밥 거리가 있다. 뚱보할매김밥(055-645-2619) 3대충무할매김밥(055-645-9977) 한일김밥(055-645-2647).
통영 다찌집 술값 계산은 전주 막걸리집과 비슷하다. 전주 막걸리집은 막걸리 한 주전자에 1만2000∼1만5000원을 받는 대신 안주는 공짜다. 기본안주 가짓수는 20∼25가지. 한 주전자를 더 시킬 때마다 맛있는 안주가 자꾸 나온다. 막걸리 값은 받아도 추가안주 값은 공짜다.
굴요리는 어떨까. 굴밥 굴구이 굴튀김 굴전 굴회 굴찜 굴보쌈 등 어디 가든 굴요리 천지다. 굴향토집(055-645-4808). 멸치도 제철이다. 멸치회 멸치튀김 멸치밥 멸치회덮밥 등 맛이 달콤하다. 멸치마을(055-645-6729). 해물뚝배기를 안 먹고 가면 서운하다. 꽃게 각종 해물은 기본이다. 미주뚝배기(055-642-0742), 도남식당(055-643-5888).
멍게는 우렁쉥이다.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무척추동물이다. 바위에 붙거나 바다 밑바닥에 파묻혀 산다. 겉은 우둘투둘 볼품없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 할 수 있다. 상큼 쌉싸래한 단맛이 어우러져 스르르 침이 고인다.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맛의 종합세트다. 향긋하다.
멍게비빔밥은 통영 어느 식당이나 기본이다.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다. 멍게젓갈에 새싹 김가루 깨 등을 섞어 밥과 비벼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봄이 혀끝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행복하고 나른하다. 혀에 담은 뒤끝이 자꾸만 더 먹으라고 채근한다. 천하의 밥도둑이다.
서울에도 통영전문식당이 있다. 다동 하나은행 본점 뒤 충무집(02-776-4088)은 매일 통영에서 직송된 생선과 해쑥으로 맛을 낸다. 도다리쑥국에 멍게비빔밥 한 그릇이면, 온몸에 가득 봄이 출렁인다. 가슴속에 봄꽃이 화르르 핀다. 산수유 꽃이 툭툭 피고, 매화꽃이 살짝 문을 연다. 멸치회 쌈도 맛있다. 2, 3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 힘들다.
섬과 섬 사이에 바다가 있다. 바다와 바다 사이에 섬이 있다. 봄은 섬과 바다 틈새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냄새로 다가온다. 혀끝에 입맛으로 날아온다. 통영의 봄은 맛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쌉싸래하다. 봄맛이 참 달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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