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쩍 늘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 3049명 가운데 91%가 확정된 사형수들을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사형집행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흉악범들이 수용돼있는 경북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사형수들이 두려움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교정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사형은 법무장관이 판결 확정 후 6개월 내에 집행명령을 내리고, 명령 후 5일 내에 집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1997년 12월말 23명이 무더기로 집행된 후 지난 12년여 동안 더는 집행되지 않았다. 부녀자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 초등생 혜진 예슬 양 살해범 정성현 등 57명이 사형 확정 후 아직도 교도소에서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2년 전에 이어 지난달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재차 결정한 터다.
▷사형제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형이 형벌로서 과연 효과가 있느냐의 형사 정책적 관점에서부터 오판 가능성, 생명존중과 인권적 시각, 종교적 이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흉악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국민이 받는 충격과 법감정도 사형제 논의에서 무시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사형집행 중단 10년을 맞은 2007년 말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다. 그 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가는 듯싶더니 이번에 다시 사형제 논란이 재연됐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