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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隱居以求其志하며 行義以達其道를 …

입력 | 2010-03-19 03:00:00


‘논어’ ‘季氏’ 제11장의 후반이다. 군자의 사업과 관련해서 隱居求志와 行義達道라는 두 경지를 제시한 유명한 구절이다. 隱居求志와 行義達道에 대해 정약용은 둘을 하나로 연결해 풀이하고 그 예로 백이·숙제를 들었다. 이렇게 두 구를 연속해서 풀이하는 설도 널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 둘을 進退의 상이한 국면에 배당시키는 설도 유력하다. 주자는 이 구절에 해당하는 인물로 伊尹(이윤)과 太公의 예를 들었으니 둘을 진퇴와 연결해 본 셈이다. 후자의 설에 따르면 이 구절은 공자가 ‘述而’편에서 ‘用之則行(용지즉행), 舍之則藏(사지즉장)’이라고 한 것과 관련이 있다.

隱居以求其志는 세상에 쓰이지 않아서 在野에 있더라도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뜻을 더욱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伊尹이 殷(은)나라 湯王(탕왕)의 재상이 되기 이전에 有莘(유신)의 들판에서 밭을 갈면서 堯舜(요순)의 도를 즐겼다고 하는 고사가 이에 해당한다. 行義는 뜻을 세상에 펼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었을 때 올바른 정치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可와 不可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오직 義를 따른다는 無適無莫(무적무막)의 태도도 포괄한다. 達其道는 자신이 배워서 理想으로 삼은 道를 널리 천하에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곧, 達은 通達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行義達道는 세상에 나가 이상을 실천함이고 隱居求志는 숨어 살며 덕을 수양함이다. 평소 공자는 進退에서 自由自在한 경지를 얻은 인물로 오직 顔淵(안연)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공자는 그러한 말만 들었고 그러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進退動作(진퇴동작)에서 자유자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