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EU의 예산규칙 어기면 탈퇴시켜야”구제금융 두고 신경전
위기에 빠진 그리스의 구원을 놓고 유로존(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 유럽연합 소속 16개국)의 유대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유로존 16개국 재무장관은 16일 긴축재정 방안을 내놓은 그리스에 필요하다면 긴급 원조를 해주기로 결의했다. 최종 인가와 구체적 원조 방식은 25, 26일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이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기까지는 진통이 심할 듯하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이자 유로존이 그리스 구제금융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은 재원을 쏟아 부어야 할 독일이 구제금융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 독일 의회 연설에서 “유로존 국가가 줄기차게 EU의 예산규칙을 어기면 최후의 수단으로 그 국가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리스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7%로 EU 기준(3%)의 4배를 넘었다. 또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성급한 원조는 정답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EU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18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EU는 그리스에 ‘국제통화기금(IMF) 만큼 다 해주겠다’거나 아니면 ‘차라리 IMF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원조가 충분치 않다면 IMF에 의존하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한 그리스 고위 관료는 “다음 달 2∼4일 IMF에 구제를 요청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로존 국가가 미국 중심의 IMF에 손을 벌린다면 이는 매우 당혹스러우며 유로화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일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은 IMF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유로존 국가 중 이탈리아 네덜란드 핀란드는 IMF 개입에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