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신문 “최익규 선전부장 올 초 해임은 김정은 신성화 실패 탓” “민심 악화되자 이달초 처형”평양서 지방으로 소문 번져 정부당국 “사실여부 확인중”
북한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올해 1월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최근 총살됐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17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통신원을 인용해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 전 부장이 모든 책임을 진 채 3월 초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이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박 전 부장이 1월 말 평양에서 열린 화폐개혁 보고대회 중 ‘만고역적’으로 공개 비판을 받은 뒤 현장에서 즉각 체포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18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로 악화된 민심과 이로 인해 후계 체제에 미친 나쁜 영향의 책임을 박 전 부장에게 씌워 지난주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 전 부장을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또 “박 전 부장은 1월 중순 중앙당 간부 전원이 모여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하는 ‘중앙당 대논쟁’ 자리에서 호된 비판을 받은 뒤 곧바로 구속돼 국가안전보위부의 취조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총살설의 개연성이 낮다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박 전 부장의 구속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했고 이후 사실상 가택연금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오랫동안 경제를 총괄하며 예산 관리의 핵심이었던 최측근 중 한 사람을 이렇게 빨리 처형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경제 보수화 시기를 총지휘했고 한국의 대통령경제수석보다 높은 지위인 박 전 부장의 처형은 관료들의 심각한 동요를 감수하는 것이자 북한의 엄청난 변화를 뜻하는 것인 만큼 과연 처형이 가능했을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부장의 처형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반시장적 정책인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악화된 민심 이반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화폐개혁과 시장·외환통제 조치 이후 물가 급등과 식량 부족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한편 북한의 사상교육을 총괄해 온 최익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올해 초 해임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신성화 작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매우 엄한 질책이 내려졌다”며 “김 대장 동지(정은)의 선전 활동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씨가 정은의 후계 승계 작업에 소극적이었거나 차남 정철을 추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