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지방, 특히 코트로티, 에르미타주가 있는 북부 론은 대표적 레드 와인 품종인 시라의 고향이다. 그리고 론에는 기갈과 샤푸티에라는 두 명가가 와인의 양대 산맥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라라라, 르르르 시리즈가 와인 애호가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론 와인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시라를 비롯해 코트로티와 에르미타주, 기갈과 샤푸티에를 비교하는 재미있는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라라라 시리즈는 코트로티의 시라이고, 르르르 시리즈는 에르미타주의 시라다. 또 라라라는 기갈의 시라이고 르르르는 샤푸티에의 시라이기도 하다.
명성만 놓고 보자면 라라라 시리즈가 확실히 앞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리즈의 맏이인 라 물랭이 세상의 빛을 본 지 벌써 40년이나 지났다. 1970년대 후반에 라 랑돈이 탄생했고, 라 튀르크의 첫 빈티지는 1985년이다. 반면에 르르르 시리즈는 가장 처음 나온 르 파비용의 첫 빈티지가 라 튀르크보다 4년이나 늦다. 나머지 두 와인은 1990년대 중반에서야 출시되었다.
두 시리즈의 와인들은 같은 시리즈 내에서도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 각 시리즈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짝꿍 와인을 꼽아 보자면 응축감에서는 르 파비용과 라 랑돈, 우아함에서는 레르미트와 라 물랭이 두드러진다. 르 메알과 라 튀르크는 양쪽의 성격을 적절히 나눠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싼 가격 탓에 ‘으으으’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긴 여운이 일품인 이 여섯 가지 와인을 맛보는 순간 아마도 ‘아아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라 랑돈
‘라라라’ 시리즈 가운데 유일하게 100% 시라로 만든 와인이다. 라 물랭과 라 튀르크는 시라에 비오니에가 각각 11%와 7%씩 블렌드된다. 연간 생산량은 1만 병으로 라라라 시리즈 중 가장 많다. 라 물랭은 5000병, 라 튀르크는 4000병가량 생산된다. 참고로 라라라 시리즈의 2005년 빈티지는 모두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의 평가를 받았다. 1985, 1988, 1999, 2003년에 이어 5번째 만점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