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침체기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파릇파릇한 물건들도 있다. 몇 년간 도심의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역세권 오피스텔과 대학가 원룸텔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1, 2년 만에 2배까지 뛰어오른 수도권 소형아파트의 전세가격은 부동산 지형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경기침체와 정체된 임금, 늘어나는 나 홀로 가구 수요는 소형주택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대학가 하숙집과 고시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숙집도 월 단위 계약에서 1년 계약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이고 전에 없던 보증금도 생겨났다. 앞으론 방학이면 학생들이 고향으로 내려가고 주인아주머니만 남은 텅 빈 하숙집 풍경은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준주택이란 현재 건축법상 용도는 업무용이거나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쓰이는 시설들을 주택 개념으로 양성화한 것이다. 오피스텔 등이 준주택이 되면 욕조나 테라스 설치가 가능해지고 85m² 이상의 바닥 난방도 할 수 있다. 물론 소유주에겐 불리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오피스텔을 2, 3채 가진 사람은 기존 거주주택을 포함해 3주택자, 4주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또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분양형 원룸텔의 공습이다. 몸 하나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초소형 원룸텔로 지어져 분양되고 있다.
일종의 기숙사형 주택인 원룸텔은 작년 전용면적 1000m² 이하의 고시원이 2종 근린생활시설로 양성화되고 각종 규제가 완화돼 사업성이 좋아졌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시공건축물 허가건수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근대식 쪽방인 원룸텔은 레지던스, 싱글룸, 리빙텔이란 이름으로 광고가 되면서 분양가 5000만 원에 50만∼60만 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분양형 원룸텔은 작년 건축법 개정으로 개별 욕실 설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지금 분양되는 대부분의 원룸텔은 호수별 분양이 안 되고 지분에 따른 지분 분양만 가능한 데다 수익률도 공실률과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오피스텔은 분양하는 데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제 곧 소형아파트를 대신할 고급형 오피스텔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결국 기존 오피스텔 가격도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다. 지하철과 교통의 발전으로 역세권 도심형 오피스텔은 잘만 고르면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트렌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룸텔도 대학가나 학원가, 역세권, 원룸밀집지역 등 수요가 넉넉한 곳이라면 단독 소유주가 땅을 산 뒤 신축하거나 건물 임차형 사업으로 투자하기에 유망한 부동산이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