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 前총리 경호원, 당시 비서관 만난뒤 진술바뀌어”한 前총리측 “법정증인 재조사로 압박, 재판권 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총리실 경호원 윤모 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재판 전에 이미 조사한 증인을 재판 중에 다시 불러 조사한 것은 재판권 침해이자 수사권 남용”이라고 검찰을 비판하고 나서 한 전 총리 재판이 ‘위증 의혹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검찰은 18일 6차 공판에 출석한 윤 씨가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 외에 과거 총리실 수석비서관을 지낸 황모 씨와 수개월간 몇 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 20, 21일 윤 씨를 불러 황 씨와의 접촉이 법정 증언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윤 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 분쇄 비상대책위’에 소속된 국무총리 수석비서관 출신의 황 씨와 수시로 접촉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윤 씨와의 접촉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황 씨도 소환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1월 25일 밤 윤 씨 집 앞으로 황 씨가 찾아와 어떤 내용으로 진술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기 닷새 전인 이달 13일에도 변호사 사무실로 함께 가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했을 당시 한 전 총리의 수행과장 강모 씨 등 다른 증인 서너 명도 동석했던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황 씨는 20일 검찰 출석 전에도 윤 씨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해당 변호사는 잠시 후 윤 씨에게 전화해 불리한 상황이 되면 진술을 거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만약의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주겠다는 얘기도 황 씨한테서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윤 씨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조사 중”이라며 “법정 증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변호사가 증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일부 확인하는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증인을 접촉한 것은 증언번복과 관련해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의 윤 씨 조사는 22일 총리공관 현장검증에 나올 예정인 윤 씨를 압박해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라며 강하게 검찰조사를 비판했다.
한 전 총리 측 조광희 변호사는 “윤 씨는 검찰뿐 아니라 변호인 측의 증인이기도 해서 한 전 총리의 변호사와 그 변호사를 돕는 황 씨 등이 만나서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황 씨는 윤 씨를 만나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고 했을 뿐 위증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인 윤 씨는 검찰 조사에서 “총리에게 공관은 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밀착경호가 이뤄지지 않는다. 오찬 후에는 총리가 먼저 나올 때도 있고 나중에 나올 때도 있다”는 요지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2002년부터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오지 않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따로 돈을 주고받기 어려웠을 것임을 시사하는 증언을 했다.
한편 22일 오후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법원의 현장검증이 실시된다. 그러나 당시 오찬장이 지금은 총리 집무실로 사용되면서 내부 구조가 바뀐 상태여서 정확한 상황 재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동영상 = 한명숙 전 총리, “살아온 인생 걸고 진실 밝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