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중앙병원 ‘양-한방 협진 내과’ 신설 한 달 그후…
함께 진료하는 양-한방 의사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에서 김진아 한방과장(왼쪽)이 환자의 배 위에 뜸치료에 쓰는 간접구를 올려놓고 몸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 과장 옆에서 정선근 내과과장이 환자의 차트 기록을 보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부터 환자가 원하면 양·한방 협진으로 진료한다. 수원=김재명 기자
수원중앙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는 환자가 일반검진을 받은 후 추가 비용 없이 한방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한방검진에선 체질과 경락기능 등을 검사한다.
검사 결과 질병이 있는 환자라면, 양방 한방 진료를 동시에 받고 싶은지 물어 환자에게 선택권을 준다. 지난달 검진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던 사람 중 70%가 양·한방 협진을 선택했다.
수원중앙병원은 2002년에도 병원 한쪽에 한방 병원을 세웠다. 양·한방 의사들이 좀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지만 실제 운영해 보니 장소만 옆에 붙어 있을 뿐 의사와 한의사의 교류가 없었다. 일부 의사는 “왜 내 환자를 그쪽에 보내느냐” “그쪽 치료법이 환자에게 좋다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려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환자들도 비용이 이중으로 드는 것 같다면서 잘 이용하지 않았다. 한의원은 2004년 폐쇄했다.
정 과장은 “지난해 복지부가 시행규칙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안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양·한방 협진을 준비했다. 어떻게 하면 양쪽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예전보다 서로의 영역에 배타적이지 않은 젊은 의료진이 많이 들어오면서 상대방의 영역을 배워 보자는 분위기도 강했다.
의사와 한의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스태프회의를 열고, 환자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전산시스템으로 환자의 기록과 치료 방법을 서로 모두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경외과에서 치료를 받은 내용과 침술 치료를 받은 결과를 서로 볼 수 있다. 환자가 각 치료에서 어떤 반응과 효과를 보였는지 의료진이 함께 토론한다.
종합검진후 무료한방검진 서비스
검 진환자들 70%가 협진진료 선택
의사들 기록 공유하고 스태프 회의
○ ‘한방물리치료 급여화’로 양·한방은 냉각 중
하지만 양·한방 협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양쪽의 반목과 불신이 깊어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복지부 건강정책심의위원회가 온냉경락요법 등이 효과가 있다며 한방물리치료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결정하자 양·한방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경락요법의 보험급여화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냈다. 의협은 “한의사에게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치료행위를 인정하고 있어 의사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반박에 나섰다. 한의협은 “한방물리요법이 보험급여로 인정되면 환자가 경제적으로 더 도움을 받는다”며 의협에 소송철회를 요구했다. 침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양방 의사들이 침술을 흉내 낸 ‘IMS’를 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단속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