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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1회 동아마라톤, 세계적 ‘골드라벨 대회’로 우뚝 섰다

입력 | 2010-03-22 03:00:00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실베스터 테이멧 선수가 2시간6분49초의 대회 최고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6분대 기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테이멧의 기록은 올 시즌 세계 4위, 역대 세계대회 최고기록 랭킹 11위에 해당한다. 여자부 우승자인 에티오피아의 아메인 고베나 선수의 2시간24분13초 기록은 올 시즌 여자 부문 세계랭킹 2위였다.

2시간6분대 기록이 나온 대회는 세계 정상급 마라톤대회로 평가받는다. 대회 인지도도 높아지고 선수 초청이나 대회 마케팅에서 힘이 생긴다. 지난해 9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한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가운데 동아마라톤을 처음으로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시켰다. 골드라벨 첫 대회에서 좋은 기록이 나오면서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가 국내 최고의 ‘명품 대회’임을 다시 입증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시작한 동아마라톤대회는 곡절이 많았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족과 애환을 함께하며 ‘한국 마라톤의 산실(産室)’이 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고 손기정 선생을 비롯해 황영조 이봉주 문흥주 김완기 선수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마라토너가 동아마라톤을 통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동아마라톤이 오랜 세월 ‘마라톤 한국’에 기여한 공로는 아무리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겸하면서는 한국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마라톤대회 성격을 갖게 됐다.

이번 대회는 2만3000여 명의 국내외 마스터스도 참가한 ‘축제의 장(場)’이었다. 기업 임직원이나 공무원, 가정주부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의 해외교포와 외국인 등 마라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서울의 거리를 함께 달렸다. 전신 화상을 입었던 이지선 씨나 의족(義足)을 달고 완주한 박영길 씨처럼 장애인들이 뛰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날씨도 도왔다. 전날 서울 상공을 어둡게 뒤덮었던 황사도 어제 오전에는 말끔하게 걷혀 푸른 하늘을 드러냈다.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조해준 시민과 서울시, 경찰,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도 돋보였다.

코오롱의 박영민(2시간12분43초)과 삼성전자의 김성은 선수(2시간29분27초)는 각각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남녀 유망주로 부상했다. 전체 참가 선수 가운데 각각 6위와 5위였다.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 마라톤의 중흥을 위해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좀 더 분발해야만 ‘제2의 이봉주와 황영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