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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9개국 어린이들, 새 보금자리 생겼어요”

입력 | 2010-03-22 03:00:00

월세살이하던 亞공동체학교
기업-서포터스들 도움으로
옛 배정초 3, 4층 리모델링
“강당-운동장… 꿈만 같아요”




다문화가정 자녀들 대안학교인 부산 남구 문현4동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이전을 도와 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을 초청해 20일 잔치를 열었다. 사진 제공 아시아공동체학교

‘80일간의 기적… 그리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06년 9월 문을 연 아시아공동체학교가 새로운 둥지를 마련해 20일 이전 잔치를 벌였다. 부산 남구 문현4동 옛 배정초등학교 3, 4층을 빌려 1월 초부터 80일간 정성들여 고치고 청소를 했다. 두 번을 옮겨 다닌 끝에 학교다운 학교가 마련된 것.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 1500명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을 포함한 학생 40명과 교사 30명은 이날 ‘이전식 및 자원봉사자 초청의 날’ 행사를 열어 고마움을 표했다.

현대건설은 유리창 250장을 기증했다. 남해해양경찰청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은행 등은 교실 내부 철거 및 단장을 맡았다. 한국전력은 전력 복구를, KT는 인터넷 및 전화선 설치를, 한국화약은 바닥재를 담당했다. 반딧불자원봉사단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참여를 약속한 서포터스는 물론이고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도 자원봉사 행렬이 이어졌다.

아시아공동체학교가 처음 문을 연 곳도 지금의 학교 옆인 문현4동. 이 학교 이사인 김태균 씨(41)가 당시 3층짜리 건물을 학교 설립자이자 친구인 박효석 상임이사(43)에게 무상으로 내놓으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건물이 50년 이상 된 데다 낡고 좁아 지난해 1월 보금자리를 떠났다. 그후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남구 대연6동 남구청 옆 빌딩 한 층을 빌려 사용했다.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나 강당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독지가들이 학교 이전사업을 추진했다. 결국 7년 동안 비어 있던 옛 배정초등학교로 이전이 성사됐다. 부족했던 교실이 16개로 늘어나고 급식소와 운동장, 강당, 도서실 등 다목적 공간도 해결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이주아동, 태국 빈민아동, 필리핀의 한국계 혼혈아동 인권 실태를 알아보는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종교를 초월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한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자매결연식과 다문화 콘서트도 이어졌다. 아시아 푸드존과 포토존, 아시안 마켓, 바자회, 자원봉사 사진전 등 부대행사도 곁들여졌다. 박 이사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도움이 컸다”며 “꾸밈없이 뛰어노는 9개국 어린이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