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때 미국의 스포츠 전문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기자 한명을 사귄 적이 있다.
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달 넘게 한국에 와 있던 그는 해외 스포츠 특히 미국 스포츠에 대해 거의 몰랐던 필자에게 여러 가지를 알게 해주었다.
당시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마이클 조든이,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웨인 그레츠키가 활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레츠키에 대해 얘기할 때면 그레츠키의 천재적인 재능과 함께 그레츠키의 부인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레츠키의 부인은 헐리우드 배우 출신인 자넷 존스. 폴리스아카데미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성인잡지인 플레이보이의 모델을 하기도 했던 여배우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기자는 그레츠키의 부인 같은 스타일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스포츠와 연예 분야의 스타들이 커플로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1950년 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와 여배우 마릴린 먼로 커플이 대표적.
최근에는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와 세계적인 톱 모델 지젤 번천 부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코치의 실수로 코스를 이탈해 금메달을 한국의 이승훈에게 내준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 그의 여자친구가 네덜란드 출신의 슈퍼모델 두첸 크로스라는 사실이 알려져 크라머가 탈락한 것 보다 더 화제가 됐었다.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건강하고 돈 많고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인기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데 외국의 경우 연예인을 친구로 사귀거나 연예계 출입이 활발한 스포츠 스타라고 하더라도 경기력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제 활약을 해내는 반면 국내의 경우 "연예인 누구누구와 사귄다"라는 소문만 나도 조금 지나면 대상이 된 스포츠 스타의 경기력이 뚝 떨어지고 그러다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전성기를 마감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국내와 외국의 운동 환경 탓도 있겠지만 체격과 체력이 월등한 외국 선수를 능가하기 위해 국내 선수들은 강한 훈련을 견뎌내며 어느 정도 '수도사(修道士)'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데 화려하기 그지없는 연예계를 기웃거리다 보면 경기력이 순식간에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