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을 부모에게 맡기려는 맞벌이 부부와 손자 양육을 거부하려는 부모 세대의 밀고 당기기가 생각보단 심각하다. 며느리나 딸을 질겁하게 만들어 자녀를 데려가게 하는 비법이 할머니들 사이에 오간다. 밥 씹어서 손자에게 먹이기, 빨랫비누로 머리 감기기, 사투리로 한글 가르치기…. 자식이 결혼해 서울에 자리 잡을 즈음에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노부부도 보았다. 반면에 신혼부부들은 양육 도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신혼집을 부모 집 근처에 얻으려 한다.
▷어린아이 돌보는 일에도 체력과 신경 소모가 심하다. ‘애 보느니 파밭 매겠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손자 손녀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손자 손녀를 기르는 할머니는 아이들을 업고 안느라 척추가 휘어지며 체형이 무너지기 쉽다. 요즘 어르신들도 삶의 질을 추구하기 때문에 노화를 재촉하는 손자 돌보기가 반갑지 않다. 한 할머니는 “손자들이 오면 너무 예쁘다. 손자들이 가면 더 예쁘다”고 말한다. 잠깐 놀러오는 것은 환영이지만 온종일 치다꺼리를 하기는 싫다는 의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