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된 영화 ‘무법자’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승민. 그녀는 유명 드라마 제작자인 송병준의 아내이기도 하다.
■ 영화 ‘무법자’로 돌아온 이승민
여배우로서 더 처참할 순 없는데
개봉앞두니 더 잘할 걸 아쉬움만
배우 이승민은 “영광의 상처”를 가졌다. 오른쪽 다리에 남은 흉터. 언덕에서 구르다 나뭇가지에 쓸린 상처다.
‘무법자’는 잔혹한 ‘묻지마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 이승민은 그 처참한 피해자로 등장한다. 형사 역을 연기한 극중 감우성의 연민 속에 둘은 사랑을 느끼고 결국 그 결실을 맺지만 살인범의 잔혹한 폭력은 그녀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이승민은 그래서 어느 작품에서보다 “내 근본적인 재질이 변한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실제로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처참함”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고 ‘태연히’ 말했다.
“여배우로서는 독특한 체험 아닌가. 오히려 행운이다. 그런 연기를, 그런 아픔을 언제 또 연기해볼 것인가. 그 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작 ‘비스티 보이즈’에서 “여배우로서”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소화한 그녀는 “다음 작품은 밝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느새 “내 열정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라면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결심으로 굳혀졌고 결국 ‘무법자’는 그녀의 새로운 무대가 됐다.
이런 그녀에게 지난해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내가 진짜인지, 아닌지 판가름나게 한 무대”였다. “역량이 부족하면 깨지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채울 수 있는 계기”였다.
비로소 연기의 참맛을 깨닫게 될 즈음, 그녀는 그런 긴장감 속에 온통 쏟아부은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할만큼 에너지가 빠져나갔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힘이 소진된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젠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한 남자가 가슴 속으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1월 결혼했다.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가 그녀의 인생 동반자다.
이승민은 “결혼한 뒤 내 얼굴이 편안해졌다고 주위에서 말한다”면서 “든든한 내 편이, 무슨 일이든 이해해줄 내 편이 생겼다”며 웃었다. 남편 송 대표가 마치 “멘토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 나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한때 독신주의를 고집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고집을 스스로 꺾었을 만큼 지극한 사랑에 푹 빠져 있어 보였다.
두 부부의 안팎 사랑은 그렇게 이어지며 이승민은 또 다른 인생을 이제 막 시작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