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안단속 도맡고… 오바마 격려하고…강철같이 버틴 여인…펠로시, 최후에 웃다
미국의 역사적 건강보험 개혁안이 통과되기 직전,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연설을 마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펠로시 의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다음으로 건보 개혁안 통과에 가장 많이 기여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스킨십을 앞세우는 특유의 정치적 수완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개혁안을 밀어붙여 최대 정치적 승자로 떠올랐다. CNN 방송은 “펠로시 의장이 워싱턴의 강력한 실세이자 ‘딜 메이커(deal maker)’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신념을 바탕으로 정책을 이끌어낸 그를 보고 애나 에슈 의원은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 뒤에서 강철같이 버텨주었다”고 했고,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도 “이번 성공을 위해 가장 많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브루킹스연구소 토마스 만 연구원은 “펠로시 의장은 근대사의 가장 힘 있고 능력 있는 하원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미국인 37% “건보개혁하면 내게 불리”
민주당, 11월 중간선거 역풍 맞을수도
뉴욕타임스는 “21일 하원에서 가결된 건보개혁안을 둘러싸고 장기적인 정치적, 법적 공방이 전개됨에 따라 이 논쟁이 제2라운드에 들어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건보개혁을 주도한 민주당과 이에 반대한 공화당 간에 극한 당파적 대립이 계속될 것이며 이 논쟁은 11월 중간선거를 넘어 각 주 의회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다음 대통령 선거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건보개혁을 단독 처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대가’를 치를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사회보장이나 고령층에 대한 정부의 의료지원(메디케어) 도입과는 달리 이번 건보개혁이 공화당의 완전한 반대 속에 단독 처리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주요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화당의 찬성표를 단 1표도 얻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고 지적한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아픈 부분. 애초 초당적 협력을 통해 최선의 개혁안을 이끌어 내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도 건보개혁안 통과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은 28%에 그친 반면에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이르렀다.
건보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중간선거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지니아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 법무장관들은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는 법안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