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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문화 르네상스 ‘또따또가’가 이끈다

입력 | 2010-03-23 03:00:00

6·25때 문화가 중앙~동광동 500m에 창작공간 38곳 밀집
음악-미술-문학 등 각 분야 예술인 500명 활동 각종 공연




20일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앞에서 열린 ‘또따또가’ 개소식에서 퓨전국악밴드 ‘아비오’가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잘 알려진 작가 김유리 씨(33·여). 그는 현재 부산 중구 동광동 작업실 ‘여유’에서 ‘아련한 동백’을 집필 중이다. 2012년까지 이곳에 머물며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3편을 쓸 계획이다.

6년간 인도에서 사회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사진작가 쁘리야 김 씨(40·여). 그도 동광동 창작공간인 ‘Gift’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일 색다른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국악 밴드인 ‘아비오’도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그들만의 창작공간에서 연주 연습과 작곡에 여념이 없다.

유망한 예술가들은 왜 부산 중앙동과 동광동에 몰릴까.

국내 대다수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독립 또는 건물에 한정돼 예술가들만의 공간이란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공간적 폐쇄성을 탈피해 중앙동, 동광동 일대가 새로운 문화지대로 태어났다. 원도심 창작공간인 ‘또따또가’가 그것. 부산시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등 500여 명은 20일 중앙동 40계단 앞에서 또따또가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또따또가는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를 담은 한글에 거리를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합성한 말이다. 예술가의 전문적 문화가치와 시민의 보편적 문화가치가 소통하고 융합하는 열린 공간으로 탄생한 것. 이곳은 6·25전쟁 당시 전국 문화인들이 피란을 와 둥지를 튼 곳으로 옛 문화를 되살리자는 뜻도 포함됐다.

또따또가는 40계단 주변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빈 사무실 18곳을 빌려 2509m²(약 760평)에 38곳의 개별 작업실을 꾸몄다. 개인예술가 41명과 22개 예술단체(321명), 운영인원 등 총 360여 명이 참여한다. 음악, 문학, 연극, 미술 등 장르별 작가들은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들은 작가들이 마련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각종 공연에 각각 참여해 소통과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 주말에는 프리마켓을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국제교류전시회, 기획전시회, 스토리텔링 북 발간, 포럼 개최, 홈페이지 운영 등 공동사업도 펼친다.

미술창작 공간 3곳 15실, 문학 집필실 1곳 6실, 독립영화갤러리 디렉터리 존, 소극장, 인문학센터, 수공예창작 공간, 전통예술아티스트센터, 청년인디창작공간, 갤러리, 음악인들의 열린 공간 코랄센터, 무대예술트레이닝센터, 문화여행정보센터, 문화편집센터, 운영지원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운영을 맡고 있는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차재근 회장(51)은 “저예산 고효율로 한때 한국의 문화예술 르네상스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다양성과 역동성이 가미된 문화를 창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