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인의 승리”
스킨십 정치
의원들 수시로 독대-만찬
반대자를 전용기 옆자리에
타협의 정치
중도 반대파 끌어들이려
진보 상징 ‘공공보험’ 포기
위기때 ‘타운홀 미팅’ 자청
국민에 호소하며 동력 얻어
○ 소통의 승리… 반대파와 타협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달리 법안 발의를 의회에 맡겼고 상하원에서 벌어지는 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 과정을 경청했다. 상원의원 경력 36년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비공식 의회대사’로 활용해 의원들의 ‘민심’을 듣는 창구로 활용했다. 하원의원 출신인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역시 하원 구내식당과 헬스클럽을 수시로 드나들며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대통령 자신도 필요하면 의원들과 독대했다. 건보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 낸 주역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든 것은 물론이고 건보 개혁 관련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의원 역시 대통령과의 독대는 물론이고 가족 만찬에도 초대됐다. 마지막까지 건보개혁법안에 반대했던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대통령 옆자리도 내줬다.
○ 고비마다 빛난 승부사적 기질
오바마 대통령은 설득과 홍보가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의원들이 지역에서 시작한 건보 개혁 관련 설명회가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를 연상케 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대중에게 직접 호소했다.
올 1월 19일 에드워드 케네디 전 의원의 유고로 치러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가 공화당의 승리로 돌아간 직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발의한 건강보험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상하 양원의 의견 차를 접목시킬 수 있는 안”이라며 “공화당도 건설적인 제안을 내놓고 미국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진정한 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25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이른바 ‘건보 개혁 정상회의’가 건보 개혁의 운명을 좌우한 분수령이었다고 분석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 양원 지도부를 모두 초청한 가운데 열린 이날 ‘끝장토론’은 추동력을 상실한 건보 개혁 논의를 다시 한 번 전 국민의 관심사로 만든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건보개혁법안 처리를 독려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호주, 괌 순방 계획을 두 차례나 연기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득이 됐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