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 중산층에 보조금 줘 민간보험 가입하게

입력 | 2010-03-23 03:00:00

韓- 전국민 공공보험… 소득 없어도 수혜
■ 韓 - 美 건강보험 비교




미국 남성 릭은 절단기로 나무를 자르다 중지와 약지의 끝이 잘렸다. 릭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병원은 손가락 봉합비로 중지 6만 달러, 약지 1만2000달러 등 7만2000달러(약 8100만 원)를 요구했다. 릭은 병원비 부담 때문에 약지 손가락만 봉합했다. 이 사례는 미국 민영 의료보험의 폐해를 지적한 영화 ‘식코’에 나와 파문을 불렀다. 릭처럼 민영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은 2008년 기준으로 전체의 15.4%인 4630만 명이다. 국내에선 두 손가락 절단으로 봉합수술을 하고 3일간 입원할 경우 환자가 내는 돈은 250만∼300만 원이다.

21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안이 현실화하면 릭처럼 건강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미국민 3200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수혜 대상자 비율은 전 국민의 약 95%로 높아진다.

그러나 국내외 건강보험 전문가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였던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은 이번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저소득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케이드’ 대상을 확대하고, 중산층에게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민간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절충안’을 채택한 것.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인은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사람은 연간 695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민간 보험사들은 질병 이력이나 고령 등을 이유로 보험자의 가입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또 자의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도 제재를 받는다. 또한 부모의 보험에 함께 가입할 수 있는 자녀 연령이 26세로 높아져 청년층의 단독 보험 가입 부담이 줄어든다. 처방약품에 대한 보험 혜택도 확대된다.

국내 건강보험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이다. 저소득층(3%)에는 정부가 보험료와 진료비의 전액 또는 일정액을 지원하는 의료급여 제도를, 그 외의 국민(97%)에게는 건강보험 제도를 적용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인 국민이 내는 보험료(80%)와 정부보조금(20%)으로 구성된다. 미국처럼 정부가 개인에게 보조금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은 26세까지만 부모의 보험에 함께 가입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득이 없거나 결혼하지 않았다면 연령과 관계없이 부모의 피부양자가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