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제프 벡 내한공연 연주 기량 ★★★★☆ 관객과의 교감 ★★★★☆
제프 벡은 20일 내한공연에서 한국 팬들의 환호에 힘입어 예정에도 없던 두 번째 앙코르 연주까지 선보이며 성의를 다했다. 그는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사진 제공 프라이빗커브
현란한 댄스와 틴에이저들의 괴성, 격한 헤드뱅잉이 없었어도 공연장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1시간 50분이 훌쩍 흘러버린 공연은 현재 가요계의 주류를 도배한 아이돌의 후크송, 댄스와 힙합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만만찮다는 것을 웅변했다. 제프 벡은 블루스, 재즈적인 크로스오버, 컨트리, 스탠더드, 그리고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면서 명성대로 모든 하이 테크닉 기타주법의 진수를 선사했다.
피크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연주하기로 유명한 그는 ‘오버 더 레인보’ ‘브러시 위드 더 블루스’와 같은 곡을 통해 청명한 느낌의 기타사운드로 공연장을 휘감았다. 새끼손가락에 트레몰로 암을 끼고 반음과 한음 사이를 오가며 빚어내는 절묘한 멜로디의 전개는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것은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테크닉의 우위에 있는 ‘손맛’에서 비롯됐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홀렸다’ ‘황홀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만의 세계, 그 독창성에 기분 좋게 포획된 것이다. 공연은 자기만의 예술성이 아티스트의 기본이고 거기에 수용자는 감동으로 응답한다는 것을, 오늘날 음악계는 바로 이것을 잊고 있음을 알려준 공연이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