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 ‘이웃집 남자’서 첫 주연 윤제문
원빈 - 조인성 연기 띄우는 ‘명품조연’으로 두각
“흉내 안통하는게 연기… 한계 알아야 더 잘해요”

나이 마흔에 첫 주연. 욕심은 없었다. 부럽지도 않았다. ‘이웃집 남자’의 윤제문은 “주연 처음 해보니 한 구석만 파고드는 조연과 달리 풍부하게 다면적으로 궁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TV를 통해 뒤늦게 얼굴을 알렸지만 대학로에서 윤제문은 15년 경력의 중견배우다. 1999년 박근형 연출의 ‘청춘예찬’이 출세작. 2002년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해 최근 5년 새 개봉한 흥행작 다수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했다. ‘마더’의 원빈,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 ‘괴물’의 박해일,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이 모두 그의 탄탄한 ‘배경 연기’ 덕을 봤다.
카메라의 초점에서 줄곧 한발 비켜나 있던 그는 ‘이웃집 남자’에서 생애 처음으로 스크린 중앙에 섰다. 타락한 부동산업자의 인생역전과 몰락을 그린 이야기.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음과 표정을 딱딱하게 굳혀버리고 나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상수는, 그냥 딱 윤제문이다.
나이 먹어 터지는 울음은 늘 뜬금없다. ‘이웃집 남자’의 주인공 상수도 마찬가지. 윤제문은 “아주 오래전에 아내랑 다투다 한 번 운 뒤로 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진 제공 루믹스미디어
“싸움 많이 했냐고요? 에이 참…. 중고등학교 때 싸움 안 해본 남자 있나요. 공부 안 했지만 막 나가는 놈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학교 다녔어요. 클래식기타 치면서.”
―클래식기타? 안 어울리는데….(꿀꺽)
“류승범 씨가 영화 ‘품행제로’에서 여학생한테 잘 보이려고 기타 배우잖아요. 나도 그랬어요. 고1 때 미팅에서 만난 애가 ‘나는 기타로 로망스 치는 남자가 멋있더라’고 하는 말 듣고 덜커덕 학원에 등록했죠.”
“3개월 다니다 그만뒀습니다. 학원이 서울 강남에 있었는데 문하생들이 하나같이 폼 나는 외제 기타를….(웃음) 내 것은 아르바이트 해서 겨우 장만한 중고였거든요. 어느 날 그냥 ‘에이 안 해!’ 그러고 나와 버렸죠.”
한번 품은 음악 욕심은 엉뚱한 길로 튀었다. 대금 연주자 이생강 씨(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를 찾아간 것이다.
“그냥 끌렸어요. 국악협회에 전화해서 대금 배울 곳을 물었더니 알려주더라고요. 창덕궁 쪽에서 학원을 열고 계셨죠. 민요로 시작했다가 제법 수월하게 배웠는지 한 달 만에 산조를 들어갔습니다. 6개월 하고는 지방공연 무대에 같이 올라갔어요. 제자 열댓 명 사이에 묻어간 거지만요.”(웃음)
음악은 좋았지만 할수록 답답했다. 한계를 느껴 속만 끓이고 있을 때 우연히 처음 만난 연극 ‘칠수와 만수’가 인생을 바꿨다. ‘이거다’ 싶어 또 무작정 찾아간 대학로가 윤제문의 보금자리가 됐다. 그는 “음악은 한계를 알면 괴로워지지만 연기는 한계를 알아야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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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집 남자`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