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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嘗獨立이어시늘 鯉趨而過庭이러니…

입력 | 2010-03-23 03:00:00

일찍이 부친께서 홀로 서 계실 때 鯉(리)가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는데 “시를 배웠느냐?” 물으시기에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하시므로 저는 물러나와 시를배웠습니다.




예전의 책 가운데는 過庭이란 제목이 붙은 것이 있다.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도 ‘過庭錄’을 엮었다. 過庭이란 뜰을 가로지른다는 말이되, 부친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 출전이 ‘논어’ ‘季氏’의 제13장이다.

공자의 제자 陳亢(진항)은 선생님의 아들 伯魚(백어)가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伯魚의 본명은 鯉(리)다. 진항은 백어에게 “그대는 異聞(이문)이 있지 않겠소”라고 물었다. 異聞이란 다른 사람은 못 듣고 특별히 한 사람만 들은 내용이란 말이다. 백어는 없다고 대답하고는, 위와 같이 말을 이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홀로 마루에 서 계실 때 제가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며 敬意(경의)를 표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鯉야, ‘시경’의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시경’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을 應待(응대)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물러나와 ‘시경’을 공부했습니다. 대개 이런 내용이다.

陳亢은 私心(사심)을 지녀서 성인의 마음을 의심한 듯하다. 하지만 공자는 자기 자식을 더 후하게 가르치지 않고, 문하생들에게 그러했듯이 자식에게도 ‘시경’의 시를 배우라고 권했다. ‘시경’은 완곡한 표현 속에 화자의 의지를 담아내는 수사법이 뛰어나므로 대화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라면 공자의 公平無私(공평무사)함을 배워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