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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예술로 소통” 서양화가 가족의 사랑전시회

입력 | 2010-03-23 03:00:00

노의웅씨 가족 ‘6인전’
25일부터 광주 대동갤러리




25일부터 31일까지 광주 대동갤러리에서 ‘한 가족 6인전’을 여는 노의웅 씨 가족. 왼쪽부터 사위 이상열 씨, 딸 미라, 미숙 씨, 부인 임순임 씨, 노의웅 씨, 딸 미화 씨. 사진 제공 노의웅 씨


“이번에는 6명이 전시회를 열지만 나중에는 10명이 넘을 겁니다.”

호남대 예술대 학장을 지낸 서양화가 노의웅 씨(67·광주 북구 우산동)는 요즘 가족전시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가족들의 작품 표구를 점검하고 팸플릿을 돌리며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 2차례, 입선 9차례를 한 그는 1997년 일본 최고 권위 미술잡지인 ‘예술공론사’로부터 공론상을 수상하고 한중일미술교류협회가 주는 우호미술대상을 받기도 한 중견 화가다.

그가 25일부터 31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2가 대동갤러리에서 여는 전시회 이름은 ‘노의웅의 한 가족 6인전’. 노 씨와 부인 임순임 씨(61·서양화), 큰딸 미숙(41·그림책 교육연구소 대표·공예), 넷째 미라(37·동일전자장보고 교사·서양화), 막내 미화 씨(34·혜림직업전문학교 교사·조각)와 미라 씨 남편 이상열 씨(39·광주여고 교사·서예)가 틈틈이 그리고 만든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노 씨의 여동생 선순 씨(60·서양화)도 작품을 내놓는다.

2004년 3월 처음으로 연 가족전에는 5명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사위가 동참해 6인전이 됐다. 6년 전 가족전시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노 씨의 아내였다. 임 씨는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집에 딸린 화실에서 붓과 씨름하는 남편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공모전 수상 경력은 없지만 붓을 잡은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임 씨는 점을 찍는 화법의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데 전체적인 색조가 노 씨 화풍을 닮았다.

노 씨는 “아내 그림 실력은 ‘B학점’ 정도”라며 “‘늦깎이 화가’인 아내가 전시회를 갖고 싶은데 혼자 열기가 쑥스러워 가족들을 끌어들인 것 같다”며 웃었다. 슬하에 1남 4녀를 둔 노 씨는 “아들과 둘째딸, 다른 사위들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다음 전시회는 사위와 손자까지 모두 참여시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씨는 가족이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가족 간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고 한다. 노 씨 가족은 미술동호인처럼 주말이면 함께 바다로 산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고 전시회에도 같이 다닌다. 임 씨는 “남편이 강요한 것도 아닌데 가족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가까이 하게 됐다”며 “예술로 소통하다 보니 가족애가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2002년 미대 교수 시절 작품을 점당 100원에 판매하는 이색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청년작가 시절 돈이 없어 전시회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울 때 주위에서 도움을 받았는데 그 빚을 그림으로 갚기 위해 ‘100원짜리 전시회’를 연 것. 노 씨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1000여 점의 작품이 모아지면 공공미술관을 지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작품은 화가만의 것도 그 자식의 것도 아닙니다. 나눔이 곧 행복 아니겠습니까.”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