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에게 방황은 있었지만 방심은 없었다.
김연아는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를 떠나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22일 오전(이하 현지 시간) 도착했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하고 시차 적응도 못했지만 휴식은 두세 시간의 낮잠이 전부였다.
저녁 식사 후 김연아는 곧장 대회 장소인 팔라벨라 빙상장으로 향했다. 26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이날 유일하게 메인 링크에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상장에 밝은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조지 거쉰의 음악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와 빙질을 점검했다. 김연아는 "메인 링크에서 연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맞춰보려 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관중석에는 100여 명의 관중이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는 자정이 넘어서야 호텔에 들어갔다.
김연아도 이번 대회를 앞둔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연습이 끝난 뒤 "올림픽 금메달 꿈을 이루면서 정신적으로 풀린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방황은 이미 과거의 일. 다시 마음을 추스른 그의 표정에는 세계선수권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한편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아사다 마오(일본)는 김연아보다 하루 늦은 23일 토리노에 도착했다. 올림픽 뒤 아사다는 외부 행사에 두 차례만 참석하고 언론과 접촉도 끊은 채 훈련에만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리노=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