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김순덕]중국 1자녀 정책의 충격파

입력 | 2010-03-23 20:00:00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1자녀 정책’ 폐지를 놓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먹는 입을 하나라도 줄여 빨리 잘살아보자며 1자녀 정책을 시작한 것이 1979년. 드디어 출산율은 1.2∼1.3명으로 떨어졌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잘살게 된 뒤 저출산 고령화가 시작된 선진국과 달리 중국에선 잘살기도 전인 2020년 고령화가 시작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소(少)자녀들이 다(多)노인들을 부양하기 힘겨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도 “한 자녀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나라에서 하나만 낳도록 규제하니 농경문화권 유교문화권 가정에선 이왕이면 (또는 죽어도) 아들을 낳으려고 난리였다. 초음파 기술까지 발달하면서 딸은 태어나기도 전에 사라지는 ‘여성살해(gendercide)’가 번졌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이런 비극이 수그러들었지만 중국은 여전하다. 1989년만 해도 딸 100명당 아들 108명이던 성비(性比)가 올해는 딸 100명당 아들 123명으로 치솟았다.

▷이들이 결혼적령기를 맞을 때면 신붓감 부족사태가 더 심해질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앞으로 10년 후면 5명 중 1명은 총각귀신이 될 판”이라고 했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선 동남아권 신부들을 데려와 극복하는 중이지만 중국에선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장가 못 간 총각들의 성적 불만이 납치 강간 폭동 같은 사회 정치 불안으로 폭발할까봐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아들 가진 집마다 ‘결혼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를 쓰고 저축을 하는 통에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 위축이 심해진다는 데 있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웨이상진 교수팀은 “1990∼2007년 중국 가계저축률 증가의 절반이 외아들 가정의 저축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중국의 과도한 저축이 세계 집값 거품을 키웠고, 세계경제 불균형을 일으켜 글로벌 위기까지 불러왔다고 믿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럼 1자녀 정책을 풀면 글로벌 위기도 사라질까. 중국에선 1자녀 정책이 느슨한 지방일수록,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아들 선호가 심하다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