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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의 반격…튀거나 스마트하거나

입력 | 2010-03-24 03:00:00

몸값 낮춘 DSLR 나오면서 성장세 꺾여… 기능-타깃 특화전략으로 전열 재정비
아웃도어족 겨냥 올림푸스 ‘뮤터프’ 방수-충격흡수 기능으로 특화
애완동물 좋아하는 여성들 타깃…강아지 인식기능 탑재한 제품도




최근 DSLR 카메라, 하이브리드 카메라 등이 인기를 얻으며 ‘똑딱이’라 불리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위협받고 있다. 업체들은 ‘아웃도어 카메라’ ‘애완동물 촬영 카메라’ 등 타깃을 특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 국민이 똑딱이와 진하게 연애를 할 때쯤, 전혀 흔들림 없는 야경 사진이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았다. 똑딱이로 도저히 낼 수 없는 고화질 사진이었다.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투박해 쳐다보지 않던 DSLR에 관심이 쏠렸다. 똑딱이가 가진 기능을 DSLR가 점점 흡수하고, 스스로 ‘보급형’이라며 몸값을 낮추자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올림푸스가 내놓은 ‘PEN’, 삼성전자의 ‘NX10’ 등 똑딱이의 날렵함과 간편함, DSLR의 전문성을 합친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약 200만∼220만 대 수준. 정체상태 혹은 포화상태다. 누군가는 ‘똑딱이의 굴욕’이라 말한다. 화소 경쟁, 디자인 경쟁을 넘어선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튀거나, 혹은 ‘스마트’하거나.

○ ‘하이브리드’ ‘풀HD캠코더’에 밀릴쏘냐… 콤팩트의 반격

 

물론 여전히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메인은 똑딱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보유 비율은 72.6%다. 하지만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이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콤팩트 카메라 판매 규모는 10만∼20만 대 감소한 190만∼200만 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반면 DSLR 분야는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분야는 지난해 8000만 대에서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 카메라 ‘PEN’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올림푸스에는 이전에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뮤’ 시리즈가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방수와 충격흡수 기능을 특화한 제품 ‘뮤터프 8010’을 내놓았다. ‘방수=여름철’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산 바다 등 자주 야외로 놀러가는 20, 30대 ‘아웃도어’족을 겨냥했다. 바다에서는 수중 10m까지 수중촬영이 가능하고 산에서는 2m 높이에서 떨어져도 멀쩡하다는 것이 특징.

‘특화 똑딱이’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삼성디지털이미징이 내놓은 ‘블루 미러’부터였다. 카메라 앞면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해 셀카를 즐겨 찍는 20대 여성들에게 인기였다. 삼성은 23일 ‘휴대전화를 닮은 카메라’를 주제로 한 제품(ST5500)을 새로 내놓았다. 터치스크린에 손가락으로 ‘X’를 그리면 사진이 삭제되고 ‘○’를 그리면 사진이 회전되며, 직선을 그으면 다음 사진을 볼 수 있는 등 휴대전화 속 사용자환경(UI) 기능을 카메라에 담았다.

○ 다기능-대중 타깃에서 특수기능-특정 타깃으로

 

최근에는 사람이 아닌 애완동물을 타깃으로 한 콤팩트 카메라도 나왔다. 후지필름이 최근 내놓은 ‘파인픽스 F80 EXR’는 얼굴인식기술에서 한 단계 진화해 ‘강아지/고양이 인식기능’이 들어갔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애완동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볼 때 자동으로 사진을 찍게 했으며 최대 동시 10마리까지 인식이 가능하게 했다.

또 출사를 자주 나가는 사진 마니아들을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까지 카메라에 들어갔다. 소니의 ‘사이버샷 DSC-HX5V’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위도 경도 같은 위치 정보와 동서남북 방향 정보가 사진에 함께 저장돼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알 수 있다. 소니코리아 사이버샷 마케팅팀 오동윤 팀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진 촬영도 위치 정보를 유용하게 여기고 있다”며 “그만큼 똑딱이도 똑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 권명석 상무는 “앞으로 철저히 특화된 콤팩트 카메라들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포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체들은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