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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스타탐구] “홈런킹 사수…‘주심의 눈’ 열공중”

입력 | 2010-03-24 07:00:00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도전 / KIA 김 상 현




홈런왕· MVP … 하지만 이제 겨우 1년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 정도는 쳐야지!

양보의 리더십 보여준 희섭형님에 감사
천적 류현진·싱커용병 극복 새로운 숙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주심도 연구대상

해외진출 NO … 난 한국에서 롱런 할래
5월이면 첫 아기 탄생 …축포를 쏴 주마


2009년 최우수선수인 KIA 김상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가 된 김상현은 올시즌도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2년연속 30홈런과 100타점이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마음만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김상현은 이미 기술적인 부분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 컨택능력과 파워, 유연한 스윙, 그리고 타석운영까지 정상급 타자로 손색이 없다. 승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김상현은 “나는 아직 1년밖에 보여준 게 없다. 좀 더 강한 정신력으로 올시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상현의 홈런포가 올시즌에는 과연 얼마나 폭발할까? 그의 홈런은 분명 KIA의 최종순위와 650만 관중 돌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게 분명하다.

○3년연속 30홈런- 100타점을 하고 싶다

올해 김상현의 목표는 30홈런-100타점이다. 지난해 36홈런,127타점을 기록한 김상현은 120경기 이상만 출전하면 자신있다고 했다. 3할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2할8푼정도만 치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1년 잘해서는 프로에서 인정받기 힘들죠. 올해와 내년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그의 마음속에 숨겨둔 목표는 3년연속 30홈런과 100타점이다. 국내프로야구에서 3년연속 30홈런과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4년을 채운 우즈(두산,1998∼2001년)와 요미우리의 이승엽(1997∼1999년) 둘 뿐이다.

○욕심은 슬럼프를 불러온다


“월 최다홈런이요? 모르고 있었네요.”지난해 8월30일 두산과의 잠실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이던 김상현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8월 한달동안 15홈런, 38타점을 기록해

월간최다홈런,최다타점과 타이를 기록 중이었다. 욕심이 났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스윙이 커졌다. 그날부터 3경기연속 홈런을 치지 못했다. 황병일 코치가 슬며시 불러 이야기 했다. “상현아! 왜 그렇게 덤비냐? ”9월4일 두산전에서 김상현은 홈런 2개를 때렸다. 1999년 홍현우가 세운 팀최다홈런 34호와 타이를 이뤘다. 언론에서는 40홈런도 시간문제라고 했다. “빨리 35호 홈런을 쳐서 홍현우 선배를 넘고 싶었어요.”그날부터 9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욕심이 큰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죠. 타석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구요.”

김상현(왼쪽)은 지난 시즌 자신의 앞에서 욕심을 버리고 걸어 나갔던 최희섭을 “고마운 형”이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도 둘은 어깨동무를 한 채 진한 기쁨을 나눴다. 스포츠동아DB


○희섭이 형에게 항상 고맙죠

김상현은 올해 홈런왕 경쟁이 펼쳐진다면 팀동료 최희섭이 최대 라이벌이라고 꼽았다. 김상현은 최희섭을 “고마운 형!”이라고 표현했다. “희섭이 형이 기회를 저한테 넘겨주는 거예요. 형이 욕심낼 수 있는 상황도 많았는데 참고 볼넷을 나가요. 저는 형이 참는 게 여러번 보였어요.”지난해 김상현은 홈런왕치고는 무척 적은 47개의 사사구를 얻었다. 반면 최희섭은 103차례나 사사구로 걸어나갔다. 최희섭은 김상현에게 “야구는 기회를 계속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나 혼자하려는 마음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올해는 스트라이크존도 넓어지고 김상현에게는 투수들이 좋은 공을 쉽게 던져주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상현은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올해는 저도 볼넷 많이 나갈 겁니다. 타자는 공을 쳐야 하잖아요? 나쁜공이 오면 볼넷 나가면 됩니다.”

○올해는 류현진의 공을 쳐야 할텐데….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화 류현진이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각팀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대부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최대수혜자로 류현진을 꼽았다. 김상현이 인정하는 최고투수도 류현진이다. 김상현은 “ 류현진은 좌투수 가운데 가장 컨트롤이 좋다”며 지난해 류현진에게 1안타밖에 못쳤다고 털어놓았다. 김상현은 좌투수와 몸쪽공에 약한 편이다. 지난해 우완투수에게 3할8푼대의 타격을 했지만 좌투수에게는 2할3푼대에 머물렀다. 올해 국내에 뛰어든 용병투수들이 몸쪽 싱커를 주로 던진다는 사실도 김상현에게는 반갑지 않다. 과연 김상현이 약점을 보였던 좌투수와 용병들을 상대로 몸쪽 승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대처를 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요즘 주심을 연구하죠

타자가 상대투수들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포수의 볼배합을 연구하는 타자도 많이 늘었다. 김상현은 요즘 주심을 연구한다고 한다.“심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잖아요. 주심이 좋아하는 구종과 높이,코스를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더라구요.”결정적인 순간 상대 에이스와 만났을 때는 주심의 성향을 알고 노림수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게 김상현의 생각이다. 김상현은 주심이야기를 하면서 “KIA에 오기까지 9년동안 나는 너무 바보같이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야구는 골프처럼 멈춰있는 공을 때리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상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너무 소홀했어요.”

○해외진출? 관심 없습니다

“저는 해외진출 관심없어요.국내에서 오래 뛰고 싶습니다.”김상현은 해외진출에 대한 질문에는 한마디로 관심없다고 했다. FA연수 5년을 채운 김상현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4년을 더 뛰어야 한다. 34세가 되는 2014년 해외진출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고 본인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왼쪽 무릎부상이다. 지난해는 앞쪽이 아팠는데 올해는 좌우로 통증부위가 옮겨졌다. 타격보다는 수비할 때 신경이 쓰인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잘 관리하면서 해야죠.”

○여보! 기뻐하고 있지?

김상현은 홈런을 치고 1루를 돌 때마다 항상 아내를 떠올린다. “여보! 당신 기뻐하고 있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항상 자신에게 용기를 심어준 부인 유미현 씨는 김상현에게 삶의 의미와 같다. 5월에는 김상현의 첫 아이가 태어난다. “고생만 한 와이프에게 지난해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습니다. 올해는 첫째도 태어나니까 더욱 더 열심히 해야죠.”김상현은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자다. 지난해 보여줬던 놀라운 타격을 김상현이 다시 재현할 것인지 팬들은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상현이에게 기술적으로는 크게 할 이야기가 없다. 어렵고 힘들었을 때 절박했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올해도 잘할 것이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데뷔 10년만에 최고선수가 된 김상현이 지난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1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김상현은 이제 최고실력을 갖춘 타자다. 겸손하고 차분한 그는 올시즌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강한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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