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유동성 회수론 고개들어… 김중수 한은총재 내정자 대응 주목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한국은행도 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뭉칫돈이 단기금융상품으로 쏠리는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나타내는 기본 지표인 협의통화(M1) 평균 잔액은 1월 현재 381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49조9000억 원) 증가했다. 최근 들어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지만 유동성 절대액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균 잔액도 1년 전보다 9.3% 늘어난 1574조2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부터 대량 유입되고 있는 외국 자본도 한몫하고 있다.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지만 한국은 선진국 국채로 구성된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을 앞둔 덕분에 ‘안전 투자처’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순매수한 주식은 3조5000억 원, 채권은 4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김중수 차기 한은 총재 내정자가 정부의 ‘금리 인상 시기상조론’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중자금의 왜곡 현상이 심화될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