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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강의, 밤엔 마약판매… 강사님은 인터폴 수배자

입력 | 2010-03-24 03:00:00

He is a killer, drug dealer… and your teacher

강남 인기강사 재미교포 2명, LA 한인갱단 활동 살인범
이름 바꿔 입국 학원 취업… 대학졸업장-이력서도 가짜




2006년 여름 한국에 입국한 재미교포 이모 씨(26)는 경기 수원시의 한 어학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학을 나온 젊은 교사로 ‘인기 있는’ 강사 중 한 명이었다.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능숙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2004년 입국한 또 다른 미국 영주권자 이모 씨(26).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대형 어학원에서 6개월 동안 영어강사로 일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미국 본토’ 출신에 대학 졸업장까지 제시한 그에게 학원은 의심 없이 일자리를 내줬다. 6개월 동안 일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살인을 저질러 인터폴에 ‘적색 수배’되거나 살인 미수 혐의를 받아 추방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한인 갱단 출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졸업장 역시 해외 웹사이트에서 돈을 주고 산 ‘가짜’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006년 재미교포 진모 씨를 살해한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의 수배를 받아온 재미교포 이 씨를 붙잡아 검찰에 신병을 넘기고 미국에서 살인 미수 등의 범죄로 추방된 후 한국에서 마약을 유통시킨 미국 영주권자 이 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는 재미교포 이 씨는 2006년 7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함께 활동하던 지역 갱단 10명과 함께 흉기로 당시 27세였던 진 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2007년 살인에 가담한 다른 두 명을 붙잡아 추궁한 끝에 이 씨의 신원을 알아내고 그를 공개 수배했지만 이미 한국으로 달아난 뒤였다.

한국에 들어온 이 씨는 2007년 버젓이 이름까지 바꾸고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학원 강사 생활을 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쓰고 있는 이름이 세 개나 된다”며 “이중국적자라는 점을 악용해 법원 개명신청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경찰 수사망을 피했다”고 말했다.

2004년 입국한 미국 영주권자 이 씨 역시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한인 갱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다 살인미수와 신용카드 위조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영구 추방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낮에는 어학원 영어강사 생활을 하고 밤에는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이나 재미교포 출신 영어강사 등에게 히로뽕과 대마초 등을 공급해 왔다. 특히 이 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갱단에서 ‘점조직’ 형태로 입수한 마약을 사람의 항문 등에 숨겨오는 수법으로 들여와 단속되지 않았다.

이들 두 명의 학력도 모두 위조였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이들은 경찰 진술에서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위조된 대학 졸업증서와 이력서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은 위조 졸업증서는 신청 후 1, 2주만 지나면 국내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가격도 300∼500달러(약 34만∼57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대학 위조 졸업증서에 서울 강남의 대형 어학원들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10대 중반부터 갱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 수도권 일대 어학원에서 무분별하게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면서 ‘무자격 영어강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마약 공급책인 미국 영주권자 이 씨로부터 마약을 받아 상습적으로 복용해 온 유모 씨(31) 등 2명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하고 무자격 영어강사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향후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대 어학원을 중심으로 허위 학위 취업과 마약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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