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公, 조각사진을 실제사진 착각

이 우표가 송사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조각가 프랭크 게일로드 씨(85)가 자신의 작품이 우표에 도용된 걸 뒤늦게 알게 된 뒤부터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1995년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19인 상을 제작했다. 게일로드 씨는 “우표의 무단 발행으로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원작자의 동의 없이 우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1995년 겨울 걸프전 참전용사 존 알리 씨가 찍은 사진 때문이다. 사진작가인 그는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는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에게 퇴임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워싱턴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조각상. 알리 씨는 참전용사 조각상을 찍어 ‘진짜 인생(Real life)’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때마침 내린 눈 때문에 사진은 참전용사가 진짜 눈을 맞고 퇴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사진은 우정공사의 눈에 띄었고 한국전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의 사진으로 채택됐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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