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당 가용 수자원량 세계 129위강수량 많지만 산 많아 홍수 일시 유출낡은 수도관 교체-물 재활용 대책 강화를
○ 물 부족에 지구촌 ‘비상’
“1970년대에 석유파동(oil shock)이 있었다면 이제는 물 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세계경제포럼·2009년) “산유국이 카르텔을 형성해 석유자원을 무기화했듯이 머지않아 물이 풍부한 국가들도 카르텔을 형성할 것이다.”(캐나다 시민단체인 캐나다회의·2004년)
물을 놓고 세계 여러 국가 사이에 살벌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메콩 강 유역에 사는 베트남 농민들은 상류에 중국이 지은 댐 때문에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수자원 확보 때문에 전쟁 위기를 넘나든다. 국내에서도 대구시와 울산시가 물 때문에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존 라이드 전 영국 국방장관은 2006년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면 20∼30년 안에 물을 둘러싼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45mm로 세계 평균(880mm)의 1.4배에 달하는 풍족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수자원이 넉넉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일정하지 않은 강수 형태 때문이다. 과거 100년간의 연 강수량 추이를 보면 최저치(754mm·1939년)와 최고치(1792mm·2003년)가 2.4배나 차이난다. 지역별로도 제주도와 남해안,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많은 반면 경북, 충청 등의 내륙 지역은 강수량이 적다.
조병옥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국내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산악지형이 많고 하천 경사가 급한 지리적 특성으로 홍수가 일시에 유출되며, 갈수기엔 수질이 악화되는 등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물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해 2020년에는 지역적으로 9억3000만 m³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일정 규모 이상 개발할 땐 수자원 재이용 의무화
전국에서 모내기를 가장 먼저 하는 곳은 어딜까.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이 아니다. 경기 이천시 부발읍의 한 논에선 2006년부터 매년 3월 초 모내기를 시작한다. 일반적인 중부지방의 모내기보다 두 달 정도 빠른 시점이다. 비결은 주변의 반도체 공장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후 배출되는 23도의 온수.
수도관이 낡아 새 나가는 물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에선 노후한 수도관에서 수돗물이 줄줄 새는 누수율이 20%를 넘는다. 정부는 2016년까지 누수율을 7.0%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2007년부터 10년간 4조776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 확대를 위해 지역별로 세분된 지방 상수도를 통합해 원가를 절감하는 광역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지난 10년 사이 17.6% 줄어들었다. 서울의 물 사용량은 2008년 현재 뉴욕(505L), 오사카(494L), 홍콩(386L)보다 적은 311L 수준에 그쳤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