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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읽고]정경영/서울국제마라톤 완주의 눈물

입력 | 2010-03-24 03:00:00


잠실운동장을 들어서면서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무려 6시간 26분 만에 42.195km 최종 라인을 통과한 내 모습이었다. 전통에 빛나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2만3000여 명이 모여든 서울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분위기였고 결국 국내 개최 대회로는 사상 처음으로 2시간 6분대 기록을 탄생시켰다. (22일자 A1면)

나 자신도 들떠 있었다. 6개월 전 아무런 준비 없이 하프마라톤에 욕심을 낸 나머지 고통에 짓눌려 한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못했던 악몽이 있었던 터라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인도 앞 도로변에서는 자원봉사 시민이 응원하면서 음료수를 준비해서 줬다. 종로에 들어서니 농악대가 흥을 돋운다. 시민의 환호성에 개선장군인 양 우쭐해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초등학생의 초롱초롱한 모습, 여대생의 발랄한 응원, 끝까지 완주하라는 어른들의 성원. 이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대한민국이 지나온 발자취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도자와 국민이 한마음이 되고, 전쟁터의 군인과 산업전선의 역군이 의기투합해 이룬 놀라운 결집력이 한국의 기적을 창출한 원동력이었다. 공산주의 세력과 대치하면서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여 제3세계 국가발전전략의 모델로 평가받고 칭송받는 대한민국이 됐다.

코스 절반을 지날 때 초코파이 바나나 음료수를 마음껏 먹으며 허기를 채우니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린이대공원과 세종대 앞을 지나니 “힘내세요?”라는 응원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도 모르게 껑충껑충 뛰었는데 30km 정도를 지나자 몸이 휘청거렸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너무도 허무할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에 마라톤 완주는 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없이 서글퍼졌다.

마사지를 하고 나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있는 힘을 내서 따라가기로 했다.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잠실체육관이 보였다. 잠실의 롯데백화점을 지나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를 지나갈 때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잠실운동장을 눈앞에 두고 더 뛰었다. 발이 부러지더라도 뛰자고 마음먹었다. 가슴 벅찬 눈물이 울컥했다.

인생은 끊임없이 이런 도전을 통해서, 성취감을 체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길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나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너도 해냈지 않느냐” 하는 감격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자원봉사자, 안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경찰, 뜻깊은 행사를 주관한 동아일보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