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을 들어서면서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무려 6시간 26분 만에 42.195km 최종 라인을 통과한 내 모습이었다. 전통에 빛나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2만3000여 명이 모여든 서울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분위기였고 결국 국내 개최 대회로는 사상 처음으로 2시간 6분대 기록을 탄생시켰다. (22일자 A1면)
나 자신도 들떠 있었다. 6개월 전 아무런 준비 없이 하프마라톤에 욕심을 낸 나머지 고통에 짓눌려 한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못했던 악몽이 있었던 터라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인도 앞 도로변에서는 자원봉사 시민이 응원하면서 음료수를 준비해서 줬다. 종로에 들어서니 농악대가 흥을 돋운다. 시민의 환호성에 개선장군인 양 우쭐해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초등학생의 초롱초롱한 모습, 여대생의 발랄한 응원, 끝까지 완주하라는 어른들의 성원. 이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대한민국이 지나온 발자취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코스 절반을 지날 때 초코파이 바나나 음료수를 마음껏 먹으며 허기를 채우니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린이대공원과 세종대 앞을 지나니 “힘내세요?”라는 응원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도 모르게 껑충껑충 뛰었는데 30km 정도를 지나자 몸이 휘청거렸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너무도 허무할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에 마라톤 완주는 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없이 서글퍼졌다.
마사지를 하고 나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있는 힘을 내서 따라가기로 했다.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잠실체육관이 보였다. 잠실의 롯데백화점을 지나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를 지나갈 때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잠실운동장을 눈앞에 두고 더 뛰었다. 발이 부러지더라도 뛰자고 마음먹었다. 가슴 벅찬 눈물이 울컥했다.
인생은 끊임없이 이런 도전을 통해서, 성취감을 체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길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나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너도 해냈지 않느냐” 하는 감격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자원봉사자, 안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경찰, 뜻깊은 행사를 주관한 동아일보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