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사이 나쁜 부부를 연상시킨다. 부부관계는 일종의 게임이다. 서로 화합하면 거문고와 비파의 좋은 화음을 뜻하는 금슬상화(琴瑟相和)의 윈-윈(win-win)게임이 되지만, 자칫 잘못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는 금슬부조(不調)의 루즈-루즈(lose-lose)게임이 되기 쉽다.
같은 부부싸움이라도 2년여 전의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김용건 부부는 금슬상화를 이루지만,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 캐슬린 터너와 마이클 더글러스 부부는 금슬부조의 극단인 죽음으로 치닫는다. 게임이론으로 설명하면, 장-김 커플의 게임은 ‘백년해로’라는 반복게임이지만 터너-더글러스 커플의 게임은 ‘이혼’이라는 일회성(一回性)게임이라 그렇다.
상대 못 믿으면 루즈-루즈
두 용의자가 서로를 믿고 유괴를 부인한다면 윈-윈이 되는 ②의 1년형이 가능하지만 일회성게임에서는 자신만 석방되는 배반의 ①을 서로 추구하다 결과적으로는 최악인 ③의 8년형으로 끝나게 된다. 이것이 죄수들의 딜레마다. 이런 현상은 미소 군비(軍備)경쟁에서부터 최근의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자주 관찰된다.
하지만 죄수들의 딜레마게임도 반복되면 서로 협력해 배신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윈-윈이 되는 ②의 1년형을 추구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겨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만약 신뢰가 쌓여 게임이 비(非)협조적에서 협조적으로 바뀌면 이 게임의 틀을 뛰어넘어 더 큰 이득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죄수에 비유해 미안하지만, 그들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2008년 4월 18대 총선의 ‘공천 학살’을 거쳐 지금의 세종시 이슈에 이르기까지 죄수들의 딜레마 중 전형적인 ③의 상황에 빠져 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이-박보다 더 심하게 경선에서 싸웠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의 게임을 2007년 경선으로 끝난 일회성게임으로 생각했고 박 전 대표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죄수들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협력을 얻지 못한 이 대통령은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개혁을 거의 못하고 있다.
오바마-클린턴이 보인 윈윈의 묘
제도개혁이 어려워서인지 이 대통령은 재정지출과 저금리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적 재정확대정책이나 저금리정책은 마약과 같다. 지금 당장은 달콤해 국민의 인기를 끌지만 그 후유증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현 정부 들어 늘어난 정부 및 공공기관 부채가 벌써 150조 원을 넘어섰다니 재정 건전성 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크게 염려된다.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가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오바마-힐러리처럼 윈-윈을 위한 ‘게임의 법칙’을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