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늘었어도 차별-무관심 여전
이 덕분에 개막식은 만원이었지만 경기장 관중석은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소리가 나는 공을 굴려 상대편 골대에 집어넣는 ‘골볼’ 경기는 절대 정숙이 요구되니까 관중이 없어야 한다는 이상한 소문이 나는 바람에 한국팀은 외롭게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상대방 덴마크 팀은 응원단의 격려를 받으며 경기를 했다. 경기장 밖은 축제 분위기였다. 서울시청 앞 시청광장엔 꽃으로 장식된 탑이 세워졌다. 장애인에겐 고궁과 유적지 무료입장 혜택이 주어졌다. 서울패럴림픽은 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장애인에겐 이미 소외감이 만연한 상태였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 대표선수에게 비장애인의 경우 9000원, 장애인의 경우 7000원을 하루 식비로 지급했다. 거친 항의를 받고 식비를 뒤늦게 인상했다. 장애인육상팀은 숙소인 정립회관 운동장이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좁아 경기 수원 성남 안양시의 공설운동장을 전전해야 했다. 20여 년이 흐른 뒤 밴쿠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휠체어컬링팀은 전용 컬링장을 빌리지 못해 수영장에 얼음을 얼려 훈련을 했다. 서울패럴림픽 때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패럴림픽 이후 장애인 체육은 많이 발전했다. 17년이 지난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됐으며 지난해 장애인종합체육훈련원도 생겼다. 장애인선수 등록인원은 2007년 2576명에서 올해 7285명으로 늘었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중시하는 장애인이 스스로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지만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은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한국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다. 2001년 이후 인권위원회에서 접수한 차별 진정사건 가운데 장애의 비중은 27.7%로 다른 사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통계청이 발간한 ‘2008년 한국의 사회지표’에선 자신이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9%였지만 사회가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응답은 72%였다. 심한 부조화다. 한국인 20명 가운데 1명은 장애인이고,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후천성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결국 자신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지도 모를 사회다.
마음 못 읽는 ‘인간성 장애’ 아닌가
“장애인을 쓸모없는 존재로 볼 때 장애인은 일어설 수 없게 됩니다. 이 순간부터 비장애인도 인간성에 있어 장애인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당시 서울패럴림픽 선수촌장 문병기 씨)
하준우 편집국 부국장 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