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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대박 ‘크로키’, 이경민 메이크업아티스트

입력 | 2010-03-24 12:03:37

최근 한국화장품과 함께 기획한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 '크로키'를 선보인 이경민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진제공 현대홈쇼핑.



14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신규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크로키'는 런칭 방송에서 70분 만에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진이었다. 기세를 이어 20일 2차 방송에서도 매출액 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방송 다음날 '크로키, 홈쇼핑서 대박 질주' '뷰티 브랜드 블루칩 등극' 등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크로키'의 성공은 일찍이 점쳐졌던 일이다. 유명 연예인, 신부 헤어&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미용실 '이경민 포레' 이경민 원장(46)이 한국화장품과 공동 기획한 메이크업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2회 방송 만에 거둔 실적에 대해 "개국 이래 메이크업 브랜드 방송 기준으로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대 화장품 방송을 했을 때 통상 4억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설명이다.

태어난 지 갓 일주일 된 새로운 브랜드 관리로 바쁜 이 원장을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경민 포레'에서 만났다. 런칭 방송이 화제가 된 이후 첫 언론 인터뷰였다.

● 명품 전략 따라 '세컨드 브랜드' 뒤늦게 런칭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야 익숙한 일이지만 홈쇼핑 생방송은 떨리는 경험이었어요. 설명도 잘 해야 하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송 노하우도 숙지해야 했으니까요."

'크로키' 제작은 1년 전 시작돼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됐지만 그는 수년 전부터 홈쇼핑 회사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브랜드 파워는 이미 어느 정도 예측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2006년 GS홈쇼핑을 통해 조성아 씨와 애경이 합작한 브랜드 '루나'가, 2008년 CJ오쇼핑을 통해 손대식, 박태윤 씨와 엔프라니가 함께 작업한 '셉'이 선보이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의 홈쇼핑 시장은 2006년 50억원, 2007년 280억원, 2008년 440억원, 2009년 8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2004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선보이면서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초의 '시그너처 브랜드'를 완성한 그가 이제야 홈쇼핑 진출을 선언한 이유는 뭘까.

"비디비치는 고급 브랜드이다보니 이미지 관리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어요. 또 해외 진출에도 신경을 썼고요. 이렇게 '시그너처 브랜드'가 확고해진 후에야 좀 더 넓은 층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세컨드 브랜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는 명품 브랜드 관리 전략 원칙 중 하나다. 고급 패션 브랜드 클로에의 '씨 바이 클로에'나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등이 모두 이런 전략에 따라 선보인 '세컨드 브랜드'들이다.

현재 전국 19개 백화점에 입점한 '비디비치'는 2006년 홍콩의 고급 쇼핑몰 '조이스뷰티'에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에 시장조사를 나온 조이스 관계자가 특이한 제품 컨셉트와 한류 스타와 연계한 마케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먼저 입점 제의를 해 왔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조이스가 홍콩의 최고급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에 인수되면서 5개월 전부터는 이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한류 덕분에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저도 그 덕을 본 셈이죠."

● 스타와 친해진 비결은 '메이크업 스킨십'

'비디비치'의 대표 상품 중 하나는 하이라이터, 치크 컬러, 립글로스 등을 각각 작은 팔레트에 담아 4단 도시락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스타일러'다. 특허를 얻은 이 상품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영국 '보그' 등 해외 유명 패션지에 소개됐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원장은 '크로키'에도 이런 노하우를 녹여 비슷한 컨셉트의 '스윙 스타일러'를 만들었다.

"워낙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특이한 상품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주목을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두바이에서 열린 화장품 박람회에도 참가했는데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더라고요."

홈쇼핑 시장에서는 '크로키'를 '선배' 격인 '루나' '셉'과 비교하는 이들도 많다. 후발 주자로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해외 화장품 선진국들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이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얼마든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어요. 국내 아티스트들의 역량과 활동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홈쇼핑 업계 역시 '크로키'가 전체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화장품 시장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브랜드들끼리 서로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닌, 함께 '윈-윈'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크로키'는 바쁜 여성들이 쉽고 빠르게 화장할 수 있게 돕는다는 의도로 제작됐다. 대상의 윤곽을 빠른 속도로 표현하는 미술 용어 '크로키'에서 따온 이름. 이 원장 역시 미대 출신이다.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 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그의 외동딸 역시 현재 미국 뉴욕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그의 화려한 스타 인맥은 늘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 원장은 최근에 만난 스타들도 있지만 1985년 그가 대학 재학 시절 우연히 광고 모델 메이크업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만난 스타들과도 오랫동안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애라, 유호정 씨와는 20년 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오연수 씨와의 인연도 17년째죠. 김민희 씨도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으니 가족 이상으로 잘 아는 사이죠. 요즘은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최지우 박예진 이윤미 씨와도 1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있고요. 메이크업이 손과 얼굴이 닿는 스킨십이 필요한 작업이다 보니 빨리, 깊게 친해져요.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목적으로 이들을 이용하거나 반대로 연예인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다 들어주는 '상업적 관계'로 대하지 않다보니 인연이 더 오래가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 스쿨 설립, 미용실 확대, 메이크업 브랜드 런칭 등을 차례로 성공시켜온 그의 다음 도전 과제는 '비밀'이다.

"한국 브랜드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더욱 힘쓰고 싶어요. 해외 시장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점점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